[이강석 칼럼] 본부장·실장이라는 자리

이강석 | 기사입력 2023/10/26 [08:44]

[이강석 칼럼] 본부장·실장이라는 자리

이강석 | 입력 : 2023/10/26 [08:44]

▲ 이강석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수원화성신문

 

이강석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공직 간부에 실장이 있고 공조직 책임자로는 본부장이 있다. 경기도청에 근무하면서 받은 느낌은 기획관리실장, 기획조정실장이라는 부서가 소속 공무원에게는 참으로 귀찮은 조직이었고 기획팀은 잘난척하는 직원만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데 퇴직 후에 돌아보니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이른바 기획부서, 기업의 비서팀이 공조직이나 공공기관, 기업에서 중요한 이유는 늘 조직 전체를 놓고 기관 전체를 넓게 보면서 고민하고 검토한다는 점에 있다 할 것이다. 공직의 예로 팀이나 과에서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분야에는 정통하지만 타 부서와의 접점이나 융합력은 떨어질 것이다. 다시 과장이 정한 정책이 국장실에서는 또 다른 검토사항과 만난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과에서 결정한 정책의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미 다른 조직에서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직 내내 수많은 사업을 재검토하고 다른 부서, 기관의 상황을 접목해 수정하곤 했다.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담당자에게 임무와 의무는 쌓이는데 이를 처결할 권리, 권한, 예산은 부족하다. 공직에서도 늘 하는 말로 예산, 인력을 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평범한 사무관에게 인력 10명과 예산 100억원을 주면 지방지 1면 기사가 날 좋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특히 공연문화예술조직에 1년 예산 100억원을 주면 경기도 전체가 문화와 예술의 물결로 가득할 것이다. 예산은 숫자로 적힌 돈이지만 역량 있는 부서에 책정되면 푸른 물감이 되어 산을 물들이고 강을 푸르게 염색하며 정조대왕이 나타나서 수원을 거쳐 화성 융건릉에 이르는 행차를 하게 된다.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된 정조대왕의 화성(수원시에 있는 성) 행사와, 화성시(장조와 정조를 모신 융건릉)에 행차할 때 오산시에서는 권율 장군을 모셔올 수도 있을 것이다. 권율 장군의 세마대 전설(1592년)과 정조의 화성 행차는 200년 시차가 있다며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조선의 인물이고 백성을 사랑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신 분들이시다.

 

장황한 이야기를 접고 여기 이 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정조대왕 행차에 권율 장군을 모시자는 이야기를 주무관, 담당자가 꺼내기는 어렵고 요즘 공직, 공공기관의 직장 분위기하에서는 불가능하다. 반면 조금은 혁신적인 과장, 차이 나는 적극적인 부장이라면 생각하고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이 같은 발상을 가능하게 하고 현장에 접목시키는 역량은 실장과 본부장에게 있다. 그들은 경력도 있고 시야가 넓으며 약간의 과시욕도 있기 때문이다.

 

과시욕은 이 시대에 필요한 자기 피알일 수 있다. 금의야행보다는 비단옷 입은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자는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직관리, 기획관리의 권한을 업무에 적극 활용해 달라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조직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면 권한도 있지만 양보할 일이 더 많다. 양보하면 조직원들이 행복해진다는 점도 잘 안다. 하지만 양보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에서는 그렇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더 양보했으면 오늘보다 더 나았을 것이라는 반성을 하게 되지만 일 욕심은 더 냈어야 했다. 이제 실장, 본부장에게 부탁을 드린다. 잘한 기안문 잡고 토씨를 따지실 때가 아니다. 관련 부서를 오가면서 살피고 귀동냥하고 살펴서 사건 사고를 만들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과거 공직에서 만난 간부의 말이 떠오른다. "요즘, 공보 관련 사건이 나지 않으니 금단현상이 오는 것 같다."고 유명세를 여러 번 탄 그 간부가 말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하고 주변의 역량을 모아서 조직을 미래로 발전적으로 나가도록 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오늘 그대가 어느 조직의 기조실장, 기획본부장이시라면 지금 당장 뛰어나가서 우리 기관에서 금단현상이 일어날 곳이 어딘가를 살피고 그들과 혁신적이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하시기 바란다. 더 이상 실장이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과장과 부장이 업무 분장에 대한 논쟁으로 하루를 허비하는 수준 낮은 조직을 경기도민들은 더 이상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