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강아지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2006년 미국의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Colleen Paige)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펫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2023년 602만 가구로, 2012년(364만가구)에 비해 65.4%나 늘었다(농림축산부 통계). 게다가 출산율 감소로 주로 개와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族)이 약 1500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현대인들이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면서 음악이 반려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여 살펴보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은 개와 고양이들에게도 클래식 음악이 정서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임상과학부 로리 코건 교수팀은 동물보호소의 개 117마리에게 클래식, 헤비메탈 등 다양한 음악을 각각 45분 동안 들려주고 반응을 관찰한 결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줬을 때가 가장 안정을 취했다고 하였다. 이 결과는 지난 2012년 ‘수의학행동저널(Journal of Veterinary Behaviour)’에 실렸다
미구엘 카레이라 포르투갈 리스본대 수의학 교수팀도 비슷한 실험으로 고양이에게서 클래식 음악의 효과를 확인해 ‘고양이 의학 및 외과 저널(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발표했다. 중성화 수술 중인 고양이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무음, 클래식, 락, 팝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호흡과 동공의 크기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클래식, 팝, 락 순으로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동물병원이나 보호 시설 등의 낯선 환경과 소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진정시킬 수 있는데, 실제로 보호소에 음향 시설을 갖추고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짖거나 몸을 떠는 행동이 줄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음악가들에게 위로와 영감이 되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즐거움을 표현하였다. 반려동물 곡은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작자 미상의 ‘고양이 춤’을 비롯하여 클래식 작곡가들이 작곡한 명곡들이 많다. 그중 두 곡만 소개하고자 한다.
도메니코 스칼라티(Dominico Scarlatti, 1685-1757)는 바흐, 헨델과 같은 해에 태어난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음악가로 하프시코드(피아노 전신 건반악기) 대가이다. 작곡에 있어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그의 하프시코드 소나타 곡 중에 'G단조 푸가, K.30'가 대표적인데, 무엇보다 이 곡이 만들어진 사연이 흥미롭다. 스카를라티는 ‘풀치넬라(Pulcinella)’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 고양이는 그의 하프시코드 건반 위를 걸어 다니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스카를라티가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을 때 풀치넬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건반을 여기저기 밟고 다녔다. 평소 같으면 그냥 소음으로 들렸겠지만, 그날따라 스카를라티의 귀에 아주 흥미로운 멜로디처럼 들어와서 영감을 받은 그는 재빨리 이 곡조를 적어둔 뒤 1739년 1악장짜리 푸가 곡으로 완성 시켰다. 이 곡은 당시까지 제목이 없었지만, 19세기 초반, 리스트를 비롯하여 유명 연주자들이 여러 콘서트에서 ‘고양이 푸가’라는 제목으로 연주되고 악보 제작자들이 똑같이 갖다 쓰면서 그대로 오늘날까지 알려지게 된다.
프레드릭 쇼팽(F. Chopin, 1810-1849)이 작곡한 ‘강아지 왈츠’(Waltz in D-flat Major, Op.64, No.1)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반려동물 곡이다. 이 곡은 쇼팽이 1847년 작곡된 세 왈츠(Op. 64) 중 하나로, 포토츠카 백작 부인에 헌정되었다. 'Minute Waltz'라는 부제는 곡을 출판한 출판사가 붙인 것인데 '작은 왈츠'라는 뜻이다. 다른 부제인 '강아지'는 조르주 상드가 데려온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며 노는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은 데서 붙인 이름이다. 쇼팽은 연인이었을 당시 조르드 상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르키가 보고 싶습니다. 내 방 앞에 와서 킁킁거리던 소리도 듣고 싶군요”라고 쓴 것을 보면 쇼팽이 강아지를 매우 좋아했다는 알 수 있다.
어차피 현대와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는 반려동물과 조합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음악제가 곧 대세로 자리잡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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