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나 모임시작 이후에 오는 멤버와 인사를 나눈 후에 무심코 손목시계나 벽시계를 보는 것은 결례가 됩니다. 얼마나 늦었는가 시계를 보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未嘗不(미상불), 누군가 도착하는 순간 시계를 절대로 꺼내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 시각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시간 체크로 오해받기에 충분합니다.
지방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상투적이고 관용어적인 말로 참석자를 소개하면 안 됩니다. 행사 중간에 오신 의원 등 정치인을 소개하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은 바로 "뒤늦게 오신 의원님을 소개합니다."입니다. 허겁지겁 행사장에 도착하여 무대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것인데 굳이 '뒤늦게 오셨다'고 강조하여 소개하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앞선 순서에서 소개하지 못하였음을 변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오지 않은 정치인을 소개할 수는 없는 일이니 사회자의 잘못이 아닌데도 관용어적인 소개 멘트를 쓰곤 합니다. 이분이 일부러 뒤늦게 온 것이 아니라 바쁜 일정을 쪼개어 행사장에 도착하여 내빈석에 자리한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사회자는 ‘뒤늦게 오신 손님’이 아니라, 바쁜 일정 속에도 오늘 행사에 참석하셔서 우리의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해주신 분’으로 소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께도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발 부탁인데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모르는 새롭고 유익한 정보라 해도 간명하게 소개하여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략을 쓰시기 바랍니다. 짧게 궁금하게 간명하게 인사를 하면 청중은 더더욱 그 정치인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새겨 넣을 것입니다.
폭염의 여름날 어느 행사장에서 준비된 원고를 끝까지 낭독한 시장님보다 말 그대로 그날 사회자의 멘트대로 '뒤늦게 오신' 국회의원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사회자가 '뒤늦게 오신 국회의원'이라 소개를 하였지만 이 분은 미안한 마음에 연단에 올라 마이크도 잡지 않고 "더위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마디로 청중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앞선 정치인들의 미사여구, 감언이설도 뒤늦게 오신 정치인의 한방을 이기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더위에 지친 청중에게는 시원한 정치인의 단문 연설이 아이스크림이고 얼음이 들어간 화채인 것입니다.
지금 당장 더위에 지친 청중에게 3년 후 준공될 건너편 하천의 100m짜리 교량건설 계획이나 10년 후에 준공될 지하철역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불필요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이는 마치 '외래어 안 쓰기 캠페인'이고 '식생활 개선 전진대회' 후 뷔페에서 흐드러지게 점심을 먹었다는 어느 단체의 해프닝과도 같습니다.
행사 중에 기관장의 연설문을 단상에 올려주는 비서의 행동도 삼가야 합니다. 청중들은 연설원고를 세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어느 젊은 비서관이 새로 취임한 기관장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다음에 올라온 기관장이 연설문을 다 읽고 내려가니 비서는 다시 나타나서 그 원고를 가져가는 촌극을 과거에 여러 번 목도한 바 있습니다.
가수의 공연에 가보니 좋아하는 가수가 나올 때 풍선과 피켓을 흔들다가 다음 순서에 절반이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그런 가수는 행사를 망치고 있음을 알아야 하니 출연료를 절반 이상 깎아야 합니다.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를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는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삼가야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많은 만큼 크고 작은 배려와 양보의 자세로 행사를 진행하는 전략에 고민해야 합니다. 여름날 더위 속 遮日(차일) 안에 자리한 노인들을 뙤약볕 운동장으로 나오시도록 안내하는 사회자의 마이크를 막고 본부석의 기관장들에게 운동장 가운데로 단상을 옮기자고 제안한 어느 부시장의 행동은 지금도 큰 자랑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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