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일화 작가 “웃는 얼굴로 기억하는 것… 위안부 할머니에 바친 헌화”안점순 할머니 초상화 전시 기념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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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일화 작가 ©수원화성신문 |
홍일화 작가, 작품 통해 역사 기억 전달
환한 웃음 속에 담긴 역사의 메시지
위안부 할머니 초상화, 존엄과 강인함을 담다
‘지구촌 할머니들’로 확장된 예술의 헌화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헌화의 의미
환경·여성 인권·기억의 예술, 앞으로의 길
“웃는 얼굴로 기억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헌화입니다.” 수원 출신 화가 홍일화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안점순 할머니의 초상화를 기증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수원시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에서 안점순 할머니의 초상화 전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안점순 할머니의 삶과 역사의식을 예술로 기억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된 초상화는 EBS <서양미술기행>, <세계테마기행> 진행자인 수원 출신 홍일화 작가 작품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도훈 경기도의회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홍일화 작가, 수원 평화나비, 가족여성회관, 수원시 관계자 등이 참석해 전시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은 2021년 9월에 수원시가 개관한 추모 공간으로, 안점순 할머니의 생애와 유품, 증언을 전시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수원 출신 화가이자 소설가인 홍일화 작가가 기증한 초상화를 통해,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은 아픔의 역사를 넘어 기억과 공감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수원화성신문이 홍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안점순 할머니 초상화 작품 ©수원화성신문 |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수원 출생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이자 소설가입니다. 저는 미국·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58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암스테르담 반 고흐 재단 소장 작가이자, 유네스코 전시와 국제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BS 《서양미술기행》과 《세계테마기행》의 진행자로 대중에게 예술을 친근하게 소개했으며, 숲과 생태,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환경과 여성 인권의 메시지를 예술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원 전시 및 작품 기증식은 어떤 의미가 있나?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가 아니라,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그림들을 고향인 수원시에 기증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안점순 할머니의 삶과 역사를 예술로 기억하기 위한 의미가 컸습니다. 제 그림이 수원 시민들께 작은 위안과 감동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전 한강 작가의 소설 중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한강 작가가 스스로 던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 두 가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과거의 아픈 역사가 현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역사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의 그림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마주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안점순 할머니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삶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입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고통의 흔적을 보여주는 대신, 그분들이 지닌 인간적인 존엄과 강인함을 담고 싶었습니다. 안점순 할머니의 환한 웃음은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은?
2018년, 여성가족부의 한 전시 기획자가 안국동에서 열린 제 개인전을 보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저의 작품 속에서 다른 나라 할머니들의 밝고 환한 모습을 보고, 기존과 다른 시각의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저는 김복동,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를 직접 찾아 뵙고 가장 밝게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사진을 토대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포착하는 일은 결코 싶지 않았지만, 할머니들의 미소 속에서 억압받았던 여성의 삶과 인권을 재조명하고, 그 분들의 강인한 내면과 밝은 에너지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지구촌 할머니들’을 주제로 작품을 이어오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었나?
2017년 영화 코코를 본 후, ‘잊힌다’는 것의 두려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평생 저를 지지해주셨던 외할머니가 생각났고, 정작 초상화를 그려드린 적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릴 수 없었지만, 그때부터 ‘할머니들의 가장 환한 모습’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할머니들을 만나 웃는 얼굴을 담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헌화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외할머니는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교직에 계셔서 학업을 원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외할머니가 제 꿈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몸이 불편하셨음에도 전시회에는 언제나 가장 화려하게 차려입고 오셨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전시 오픈 날 주신 담배 한 보루입니다. 제가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하자, 외할머니께서는 ‘작가는 세상의 틀을 깨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지금도 제 예술 철학의 근본이 되고 있습니다.
-초상화 속 할머니들을 ‘화려하게 웃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나?
저는 여성의 미를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인생의 무게와 존엄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여성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장식보다 큰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빅토리아 시대 여성처럼 가장 화려하고 환하게 그립니다. 그것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삶을 이겨낸 여성들에게 바치는 저만의 헌화이자 찬가입니다.
-해외 전시와 활동을 오래 이어오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프랑스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전시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특히 암스테르담 반 고흐 재단에서 제 작품을 소장해주신 것은 작가로서 큰 격려였지요. 또 유네스코 전시와 국제 교류를 통해 ‘예술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예술가로서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와 나누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저는 현재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풍경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또 6년째 환경부 산하 단체와 협력하며 제주도 곶자왈처럼 자연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을 직접 찾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9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열정갤러리에서 ‘마법의 숲’ 전시를 개최하며 처음으로 인물과 숲을 같이 그렸지요. 저는 이것을 ‘공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숲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잊어버린 것 같아서, 그림과 소설을 통해 숲에 대한 사랑과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 ▲ 김복동 할머니 ©수원화성신문 |
![]() ▲ 이용수 할머니 ©수원화성신문 |
![]() ▲ 이옥선 할머니 ©수원화성신문 |
-앞으로 예술가로서 이루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은 무엇인가?
환경과 여성 인권, 그리고 기억의 예술이라는 세 가지 축을 더 깊게 확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잊혀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언젠가 수원에서 제 작품이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를, 그리고 예술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수원시민들에게 한 말씀.
작품에서 할머니의 머리를 장식하는 꽃들은 모두 유리꽃입니다. 이 유리꽃은 헌화의 의미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유리의 속성처럼 쉽게 깨질 수 있는 연약함을 상징하지요. 그것은 삶이 지닌 아픔과 상처, 그리고 언제든 부서질 듯 위태로운 기억의 형상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유리꽃은 빛을 받으면 찬란히 빛나듯, 할머니들의 존재는 한국 현대사의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한 진실의 빛을 발합니다.
저는 이 그림을 통해, 고통과 아픈 기억이 단지 비극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되는 빛과 진실로 남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그 빛이 우리의 헌화이자 다짐으로 이어져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수원은 제 예술의 뿌리이자 마음의 고향입니다. 이번 기증 작품들이 단순한 그림을 넘어, 우리 어머니·할머니 세대의 삶과 기억을 함께 나누는 작은 창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품 앞에서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느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수원과 세계를 잇는 다리로서, 예술을 통해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습니다.
![]() ▲ 전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화성신문 |
프로필
-1974년생
-세류초등, 북중, 유신고, 경기대 서양학과 졸업 후
-1998년 프랑스 유학, 에꼴 데 보자르 5년 석사
2003년 Ecole des Beaux-Arts 졸업
석사 (DNSEP- Diplôme National Supérieur d'Expression Plastique)
개인전
2025 58th <<마법의 숲>> 열정 갤러리, 서울 (한국)
57th <<가야의 숲>> 갤러리 마리, 서울 (한국)
2024 56th <<Forest is Color>> 갤러리 더 키, 서울 (한국)
55rd <<시간의 무늬>> 가현아트 갤러리, 일산 (한국)
54rd <<빛이 숨을 쉴 때>>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53rd <<테두리 그 가능성>> 갤러리 MHK, 서울 (한국)
52nd <<있는 그대로>> 솅겐 갤러리, 광주 (한국)
51st <<햇살의 표기법>> 아트 살롱 아씨, 서울 (한국)
50th <<볕뉘, 숲의 번짐을 담다>> 갤러리베누스, 하남 (한국)
2023 49th <<홍일화의 넘나들이>> 아미미술관, 당진 (한국)
48th <<Garden, Hongilhwa x D’strict>> 아르떼 뮤지엄, 제주 (한국)
47th <<가시빛>> 갤러리 M9, 서울 (한국)
46th <<밟히는 식물>> 밀스튜디오, 서울 (한국)
45rd <<Color Of Thorns>> Niche 갤러리, 도쿄 (일본)
44rd <<The Forest>> 피움미술관, 고성 (한국)
43rd <<Weeds - The Beginning Of a Forest>>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22 42nd <<Epine>> ArtsKoco 갤러리, (룩셈부르크)
41st <<Our Nature>> 에스빠스 이카르, 이씨 레 물리노 (프랑스)
40th <<Forest XR>> 갤러리 XR, 서울 (한국)
39th <<Epine>> 갤러리 마리, 서울 (한국)
38th <<상응>>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2021 37th <<가시덤불>> 폴스타아트 갤러리, 서울 (한국)
36th <<가시숲>> 영선갤러리, 수원 (한국)
35th <<Deep face>> 아트랩와산, 제주(한국)
2020 34rd <<Human & Nature>> 쉼박물관, 서울 (한국)
33rd <<Into the forest>>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32nd <<Hongilhwa>> 옹기아트홀, 서울 (한국)
31st <<숲>> 에스빠스 리좀, 창원 (한국)
30th <<Ephemeral Landscape>> 갤러리 마리, 서울 (한국)
2019 29th <<Elle GOT>> 인터와이어드 스튜디오스, 서울 (한국)
28th <<곶자왈 속 해녀>> 제주조각공원, 제주도 (한국)
2018 27th <<Madame>> 갤러리 담, 서울 (한국)
26th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25th << Real>> 어반 앨리스 뮤제, 서울 (한국)
24th << The Mask>>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2017 23rd <<망상>> 갤러리 클루, LA (미국)
22nd <<스키마>> 영선갤러리, 수원 (한국)
2015 21st <<페르소나>> 갤러리 케로만, 로리앙 (프랑스)
20th <<담 다뚜르>> 갤러리 89, 파리 (프랑스)
2014 19th << 미.추.미>>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18th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17th <<익숙한 초상>> 갤러리 담, 서울 (한국)
2013 16th <<익숙한 풍경>> 갤러리 들로름, 파리 (프랑스)
2012 15th <<기억의 역사>> 갤러리 썽 농, 브뤽쎌 (벨기에)
2011 14th <<노이즈 마케팅>> 갤러리 세줄, 서울 (한국)
13th <<Freaks, Frac>> 쎄쏭 쎄비니에 문화원, 쎄쏭 쎄비니에 (프랑스)
12th <<Up Flowers>> 넷 플러스 갤러리, 쎄쏭 쎄비니에 (프랑스<sp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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