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음악칼럼] 멘델스존, 예술의 경계를 넘은 진정한 혁신가

김명신 | 기사입력 2025/10/23 [08:39]

[김명신 음악칼럼] 멘델스존, 예술의 경계를 넘은 진정한 혁신가

김명신 | 입력 : 2025/10/23 [08:39]

▲ 김명신 수원시음악협회 회장  ©수원화성신문

 

클래식 음악가들은 흔히 고뇌하는 예술가로 그려지지만, 펠릭스 멘델스존(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독일, 1809~1847)은 달랐습니다. 그는 타고난 음악적 천재성과 더불어, 부유한 은행가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탁월한 경영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멘델스존은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이 더 넓은 세상에 닿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개척한 진정한 혁신가였습니다.

 

고전을 부활시키고 낭만을 노래하다

멘델스존의 천재성은 어린 시절부터 빛을 발했습니다. 17세의 나이에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작곡한 서곡은 낭만주의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으로 꼽힙니다. 숲속 요정들의 속삭임과 우아한 선율은 그 어떤 언어보다도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음악 외에도 뛰어난 화가와 작가로 활동하며,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죠. 무엇보다 위대한 공헌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부활시킨 것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에게 잊혔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멘델스존이 100년 만에 재연했고, 이는 대성공을 거두며 바흐의 위대한 음악적 유산이 세상에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멘델스존을 "바흐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그의 공헌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음악을 예술이자 사업으로 만든 리더

멘델스존은 유복한 배경을 음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1835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된 그는 단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했습니다. 덕분에 오케스트라는 재정적 안정과 함께 연주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843년 라이프치히 음악원을 설립하며 체계적인 음악 교육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그가 음악을 단순한 감정적 창작물로만 보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멘델스존은 예술이 지속 가능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운영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음악가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오직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음악원이 그의 모델을 따르고 있습니다.

 

완벽한 균형,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

멘델스존은 예술가이자 동시에 경영자였습니다. 그의 재능은 영감을 받아 곡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곡이 세상에 더 잘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는 음악과 현실, 감성과 이성이라는 두 영역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선구자였습니다. 따라서 멘델스존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아름다운 선율뿐만 아니라, 그가 세운 견고한 '음악 왕국'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단지 음악을 창조한 작곡가가 아니라, 음악의 미래를 설계한 진정한 ‘비전가’였습니다. 그의 유산은 악보에만 남아있지 않고, 지금도 전 세계 공연장과 음악원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인에게 멘델스존이 던지는 메시지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을 수없이 배출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젊은 음악가들은 멘델스존이 걸었던 길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멘델스존이 단지 연주자로서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의 생태계 자체를 혁신했듯이, 우리 역시 단순히 무대 위의 연주자가 아닌 음악 행정가, 교육자, 그리고 문화 예술 기획자로서의 역할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 트로피를 넘어, 멘델스존처럼 자신만의 음악원을 세우고 후학을 양성하며, 새로운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는 음악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지속 가능한 예술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멘델스존이 바흐를 부활시켰듯, 우리 고유의 음악적 유산을 클래식에 접목하거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전파하는 시도도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음악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선율에 멘델스존의 경영 철학이 더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연주 강국을 넘어 클래식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음악의 미래를 심는 창조자가 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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