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엘리베이터#식당#행사장#에티켓

이강석 | 기사입력 2025/11/27 [08:56]

[이강석 칼럼] 엘리베이터#식당#행사장#에티켓

이강석 | 입력 : 2025/11/27 [08:56]

▲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이강석     ©수원화성신문

 

선입선출은 공장이나 회사의 자재창고를 담당하는 직원의 불문율일 것입니다. 먼저 들어온 재료를 먼저 내보내야 늘 신선한 제품소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고급 명주는 후입선출일 수도 있습니다. 고급술이 오크통에서 30년 동안 숙성이 되어야 30년산 브랜드 양주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17년산을 사 와서 13년을 장롱 속에 보관한다 해서 30년산이 되지 못한다는 농담은 애주가 모두가 아시는 바입니다.

 

그러니 명주가 되기 위해서는 신선한 오크통에서 15년, 30년 동안 적정환경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술이 그러한데 사람은 더더욱 숙성과 성숙의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이나 술에 있어서도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살면서 기다리는 지루함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엘리베이터이고 다른 하나는 식당에 주문 후 기다리는 짧은 시간입니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면 총 30층의 건물인 경우 1층에서 탑승한 손님이 5층에서 내리고 지하에서 탑승해도 25층까지 기다린 후 내리게 됩니다. 각자의 탑승 층과 내리는 층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보다 늦게 탑승하여 먼저 내려도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문이 닫혔는데 버튼을 눌러 다시 열리는 경우에 늦은 탑승자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짓게 되지만 손님들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야 할 층이 정해져 있고 중간에 다른 손님이 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 일반 사회의 규범과 조금은 다릅니다.

 

다음 경우는 식당입니다. 어느 날 경기도 이천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식사 중인데 어르신 두 분이 오셔서 주문을 하시고 잠시 후에 젊은이 4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중에 온 젊은이의 식사가 서빙되었습니다. 배가 고팠는데 젊은이들이 후루룩 국물을 마시면서 맛있게 먹습니다. 먼저 주문하신 어르신은 부아(화가)가 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어르신 중 한 분이 주인에게 소리칩니다. 이보시오! 주인, 우리가 먼저 주문했는데 저 사람들에게 먼저 주니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니요?

 

주인은 당황스럽게 죄송하다는 말을 할 뿐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어르신들의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그제야 큰 차이를 알게 됩니다.

 

젊은이들 메뉴는 탕 종류이니 국밥 그릇에 밥을 넣고 서너 번 토렴을 한 후에 내어놓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이미 준비된 식재료를 그릇에 담아내면 마무리할 수 있는 한식 중 ‘패스트푸드’라 할 것입니다.

 

반면 어르신들은 세미 한정식이었습니다. 끓이고 지지고 볶고 담아내고 양념 등을 플레이팅 해야 하고 나오는 반찬의 가지 수도 9첩 반상 이상입니다.

 

어르신들은 선입선출처럼 먼저 들어간 주문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주인은 어르신들의 9첩 상을 차리면서 틈을 내어 청년들의 국밥을 말아낸 것입니다.

 

여기서 식당주인의 정무적 감각을 청합니다. 어르신들에게 주문을 받으면서 9가지 이상의 접시에 준비를 할 것이니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렸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서빙하기 전에 어르신 음식은 지금 도자기 그릇에 따끈하게 끓여서 조리하는 중이니 조금 더 기다리시라 알렸어야 합니다.

 

옛말에 주방장이 직접 식당을 경영하면 더 돈을 많이 벌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는 일 없어 보이는 주인도 역할이 있음을 사업에 실패한 주방장 개업자가 알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세상사 순서가 있기는 한데 천편일률적인 기준의 서열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순서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둑에서는 수순이 중요하고 의전에서는 서열이 중요한데 국제회의 정상의 순서는 취임일을 기준으로 한답니다. 4년 정도는 앞줄, 1년 차는 뒤 줄이나 싸이드에 배정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아시는 에티켓은 입장권 중 하나인데 주최 측이 정한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거나 정해준 자리에 착석하여 회의와 식사를 하는 이에게 ‘에티켓을 잘 지킨다’고 하는 것과도 같겠습니다.

 

현직 시절 군부대를 방문하여 기념사진을 찍을 때 연병장 앞 3층짜리 계단 바닥에 ooo, ***, ### 이라고 직위와 이름을 적어 두었더라구요. 나중에 사진을 보니 참석자의 구도가 제대로 잡혀있었습니다. 역시 에티켓은 정도이고 따라야 할 규범인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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