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군 칼럼] 수원의 벽오동나무(梧)와 대나무(竹) 그리고 예천(醴泉)

자연에게 길을 묻다! 화산 최재군 나무의사가 들려주는 인문학 강좌 13

최재군 | 기사입력 2025/12/04 [13:41]

[최재군 칼럼] 수원의 벽오동나무(梧)와 대나무(竹) 그리고 예천(醴泉)

자연에게 길을 묻다! 화산 최재군 나무의사가 들려주는 인문학 강좌 13

최재군 | 입력 : 2025/12/04 [13:41]

▲ 화산 최재군     ©수원화성신문

 

수원의 지명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서로운 나무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바로 오목천동(梧木川洞)의 벽오동나무(梧)와 송죽동(松竹洞)의 대나무(竹)이다. 이 두 나무는 단순한 식물을 넘어, 동양의 오랜 전통 속에서 태평성대를 기약하는 상징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공동체 운영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인문학적 스토리의 출발점이 된다.

 

오목천동의 이름은 두 가지 설을 통해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서수원의 평야를 흐르는 황구지천이 이곳의 오목한 곳을 따라 흐르고 있어서 붙여졌다는 설이다. 둘째는 예부터 벽오동나무가 많이 자라 '오동나무골'이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어느 쪽이든, 오목천동의 '오(梧)'는 청록색 수피가 신비로운 벽오동나무와 깊이 관련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예로부터 벽오동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임금이나 훌륭한 인물이 나온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봉황이 벽오동나무에만 깃든다는 동양의 전통적인 믿음에서 유래한 것이다. 송죽동의 지명은 예로부터 소나무(松)와 대나무(竹)가 많아 '솔대' 또는 '송죽'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식생을 넘어, 이 지역이 예로부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가 풍부했던 마을이었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 벽오동나무     ©수원화성신문

 

벽오동나무와 대나무의 구체적 이야기는 중국 전국시대 장주(莊周)가 지은 『장자』 「추수(秋水)」 편에 나온다. 비오동부지, 비연실불식, 비예천불음(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飮)으로 상상의 새 ‘봉황은 벽오동나무에만 앉고, 대나무 열매만을 먹으며, 예천(醴泉)만을 마신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벽오동나무는 봉황이 깃드는 상서로운 안식처며 대나무는 고결함과 청렴함을 상징한다. 여수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오동도(梧桐島) 역시 이름이 벽오동나무에서 유래했는데, 섬의 모양이 벽오동나무 잎을 닮았고, 섬에 벽오동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고려 말 신돈이 벽오동나무 숲은 새로운 왕조에 불길하다고 주장하여 벽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다. 대나무 역시 신비로운 나무이다. 나무라 불리지만 분류학상 초본류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여느 풀과 같이 지상부 줄기는 죽는다. 그런데 대나무의 꽃은 백 년에 한 번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줄기는 벽오동나무와 같은 녹색으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여 선조들이 사랑한 식물이다. 봉황이 태평성대에 나타나 벽오동나무에서 잠을 자며 안식을 취하고 대나무 열매만을 먹는데, 그 열매가 백 년에 한 번 열리는 점이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 대나무     ©수원화성신문

 

수원의 지명에 깃든 벽오동나무와 대나무의 상징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바로 예천(醴泉), 즉 단술이 나는 샘물이다. 예천은 봉황이 마시는 물로, 생명을 이롭게 하고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궁극적인 이상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예천의 이름은 현재 경상북도 예천군(醴泉郡)의 유래와 그 맥을 같이한다. 예천군은 예로부터 봉황이 찾아와 단물을 마시는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봉황이 하늘을 나는 모습과 같다는 비봉형(飛鳳形) 풍수로 유명하다. 봉산서원, 봉덕산, 봉황산 등의 이름은 이러한 유래를 뒷받침한다. 수원의 벽오동나무와 대나무의 지명 유래를 되살리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원의 '예천'을 찾아내어 태평성대의 세 가지 조건을 완성하려는 인문학적 노력이다.

 

이러한 상징들은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세 가지 가치로 해석된다. 첫째, 벽오동나무는 귀한 재목처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견고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와 기업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한다. 둘째, 대나무는 곧은 절개처럼, 청렴함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부패를 척결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투명한 사회 질서를 상징한다. 셋째, 예천(醴泉)은 생명을 이롭게 하는 단물처럼,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질 높은 복지와 따뜻한 공감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를 통합하는 인본주의적 통치를 상징한다.​

 

▲ 수원의 풍수형국     ©수원화성신문

 

수원은 주산(현무)인 광교산과 좌청룡 청명산, 우백호 칠보산, 남주작 화산(융건릉)이 도시를 감싸 안는 형국이며, 그 중심에는 금은보화를 가득 실은 배의 돛대를 상징하는 팔달산이 위치하고,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 서호천 등 네 개의 하천이 물(勿)자 형국을 이루는 최고의 명당 지형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명당에 봉황이 나타나 태평성대가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며, 지명의 유래를 되살리는 인문학적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오목천동에 오동나무 가로수를 심고, 송죽동에 대나무 공원을 조성하여 지명을 되살리고, 수원의 어딘가에 있는 물맛 좋은 '약수터'를 찾아 '예천(醴泉)'이라 명명하는 일이다. 이는 수원이 지닌 고유의 역사와 상징성을 활용하여,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경제적 번영, 사회적 청렴, 그리고 따뜻한 복지라는 이상을 지역 곳곳에 새기는 문화적 작업이며 시대적 인물을 염원하는 바람이다.

 

 

프로필

- 수원특례시 공원녹지사업소장

- 조경기술사

- 자연환경관리기술사

-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

- 나무의사, 수목보호기술자

- 경기도시공사 기술자문위원

- 조달청 평가위원

- 왕의정원 수원화성(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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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 2025/12/06 [17:04] 수정 | 삭제
  • 수원의 지명과 관련된 이야기. 정말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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