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세상은 빛과 소리로 가득 찹니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리고, 공연장에서는 어김없이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가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이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우리의 심장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순간은 바로 제2부의 클라이맥스, "할렐루야(Hallelujah)" 코러스가 울려 퍼질 때입니다. 이때 청중은 마치 거대한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전 세계적인 '기립 관습'은 단순한 공연 에티켓을 넘어, 300년 가까이 이어진 역사와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 짧은 합창 앞에서 모두 일어설까요?
'할렐루야' 기립 전통의 유래는 1743년 런던에서 <메시아>가 초연되었던 역사적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연주회장에는 영국의 국왕 조지 2세(George II)가 참석해 있었습니다. 오페라 흥행 실패와 건강 악화로 힘들었던 헨델이 단 24일 만에 신들린 듯 써 내려간 이 위대한 곡의 절정, 즉 "할렐루야! 주 하나님 전능하신 이가 통치하시도다!"라는 웅장한 선언이 터져 나왔을 때, 국왕은 너무나 깊은 영적 감동과 경외심에 휩싸여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궁정의 관례상, 국왕이 기립하면 참석한 모든 신하와 청중은 국왕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함께 기립해야 했습니다. 이 일화가 널리 퍼지면서, "할렐루야 코러스 시 기립"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메시아> 연주의 불문율(不文律)이자 필수적인 전통으로 굳어졌습니다.
이 전통이 단순한 일화로 끝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여 이어져 온 이유는, 이 기립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 때문입니다. 조지 2세는 당대 가장 강력한 군주인 '이 땅의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할렐루야' 코러스가 선포하는 '주 하나님 전능하신 이(The Lord God omnipotent)'의 영원한 통치 앞에서, 자신의 권위와 왕관을 내려놓고 더 높은 권위와 승리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입니다. 따라서 청중의 기립은 표면적으로는 국왕의 행동을 따른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최종적인 승리라는 구원의 메시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과 찬양을 표현하는 행위가 됩니다. 이는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권능 위에 군림하는 숭고한 힘에 대한 인류의 압도적인 감동과 존경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수백 명의 연주자와 수천 명의 청중이 한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웅장한 합창을 듣는 경험은 공연을 단순한 감상 행위를 넘어 모두가 동참하는 축제의 순간으로 변모시킵니다. '할렐루야' 코러스는 헨델의 음악적 천재성과 영적 영감이 결합된 최고의 걸작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순간 일어서는 행위는, 300년 전 한 국왕의 자발적인 감동에서 시작되어 "영원 무궁토록 다스리시리로다"라는 메시지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공감과 찬양을 담아내는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표현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시아>가 이토록 경이로운 이유는 그 규모와 영감의 깊이뿐만 아니라, 헨델이 오페라 실패로 좌절하던 시기에 단 24일이라는 놀라운 짧은 기간 동안 이 곡을 완성했다는 사실에서도 기인합니다. 헨델이 작곡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그가 이 작품을 단순히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깊은 영감을 받아 '받아썼음'을 시사합니다. 음악을 통한 자선이라는 고결한 전통을 남기기도 한 <메시아>는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12월, 여러분이 공연장에서 '할렐루야' 코러스를 위해 기립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300년 전 국왕의 감동과 헨델의 영감, 그리고 인류가 시대를 초월하여 공유하는 승리와 영광의 메시지에 대한 가장 숭고한 동참임을 기억하시고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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