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 인터뷰] 사서의 길 29년... 윤경아 “도서관은 나를 일으킨 공간이었다”도서관사업소 선경도서관 윤경아 선경도서관팀장을 만나다
책으로 수원을 읽다…‘문턱 낮은 도서관’ 29년 현장 기록 지역 기록 보존, 야외 도서관 혁신... 지식문화 진흥 견인차 역할 선경도서관, 개관 30주년 넘어 복합문화공간 제2 도약 예고 암 투병 이겨낸 도서관 사랑... 지속 가능한 삶 배워 시민의 삶 머무는 곳... 문턱 낮은 쉼터 만들고파
“공공도서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문턱이 낮은 공간이어야 합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자연스럽게 머물며 지식뿐만 아니라 휴식까지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시민의 쉼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2월 19일 선경도서관 수원학자료실에서 만난 윤경아 팀장(만 56세)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 태생으로 공주사범대학교 도서관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를 꿈꾸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예비 교육자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기에게서 접한 공무원 채용 정보는 그를 사서직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1996년 7월 3일, 선경도서관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향토행정자료실(현. 수원학자료실)에서 근무하며 자료실 운영부터 인력 관리, 자료 선정 및 구입, 데이터구축에이르기까지 도서관 행정의 전반을 두루 섭렵하며 기초를 다졌다. 이후 어린이자료실에서 대출반납 업무는 물론, 방대한 도서 목록 정리와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윤 팀장이 근무하고 있는 선경도서관은 1995년 4월 27일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당시 선경그룹(현 SK그룹)이 2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뒤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곳으로, 연면적 8,312㎡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개관 당시부터 수원시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공공도서관으로 주목받았던 선경도서관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공간 구성이 특징이며, 명실상부한 지역 최고의 학습 및 독서 거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인문학 도시 수원’의 기틀을 닦다… 제1회 독서문화축제 기획 윤경아 팀장은 2005년 도서관사업소 관리과 열람봉사팀에서, 본격적으로 ‘책 읽는 도시 수원’, ‘인문학 도시 수원’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08년 9월, 만석공원 제2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된 ‘제1회 도서관 독서문화축제 BOOK & FUN’은 그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성과다.
수원시와 새마을문고중앙회 수원시지부가 공동 주최한 이 축제에는 공공·작은·학교·대학·전문도서관 및 지역 서점 등 19개 관련 기관이 참여했다. 동화 구연대회, 독서 골든벨, 비보이 공연, 책갈피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윤 팀장은 당시 수원의 도서관 인프라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으나, 이를 하나로 묶어 시민들에게 선보일 만한 응집력 있는 행사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2010년 중앙도서관에서는 ‘어르신 행복한 글쓰기’, ‘어르신 독서도우미’ 등 실버 세대를 위한 특화 사업을 전개했고, 아동복지시설인 ‘경동원’, ‘효행원’, ‘동광원’을 대상으로 어린이 책 배달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을 펼쳤다.
◇아이들의 꿈이 피어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성공 2013년 서수원도서관에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공공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유치했다. 윤 팀장은 서수원 탑동 권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융합형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간식까지 지원하며 세심하게 챙겼다. 그는 토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창작의 즐거움에 푹 빠진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사서로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림도서관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책놀이 지도사 자격과정’을 개설해 책을 매개로 한 놀이·활동 중심 독서지도 인력 양성을 진행했다. 또 창룡도서관에서는 인권 주제 독서토론 등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앞장섰다.
윤경아 팀장은 2017년 11월, 개관 TF팀장을 맡아 광교푸른숲도서관과 매여울도서관의 성공적인 개관을 이끌며 조례 제정부터 세부적인 운영 계획 수립까지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팀장으로 재직하며 도서관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광교푸른숲도서관이 국내외 도서관 벤치마킹의 코스로 자리 잡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국내 지자체 기관은 물론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립도서관 등 159개 기관에서 1,686명이 견학을 와 윤 팀장이 안내를 담당했다.
그는 2023년 10월 9일 화성문화제 기간에 국제교류로 방문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립도서관과 수원시도서관의 업무협약식도 체결해 지속적인 국제교류의 기틀을 마련했고,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플리마켓, 문화예술 체험, 공연 행사 등으로 구성된 시민 참여형 문화축제인 ‘책숲마실’을 개최했다.
◇수원시 도서관의 중심 ‘선경도서관’... 시민 밀착형 서비스 강화 선경도서관은 누적 이용객 2,100만 명을 돌파하며 수원시 20개 공공도서관 중 대표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선경도서관 운영 전반을 윤경아 팀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예산 회계부터 시설물 안전 관리, 인력 운영에 이르기까지 행정 전 영역을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인 ‘상호대차서비스’, ‘책바다(전국 공공도서관 상호 대차)’, ‘책나래(전국공공도서관 대상 장애인 무료 책 배달)’, ‘예약 도서 서비스’, 7개 전철 역사에 대출하고 반납하는 ‘책나루(무인) 도서관’ 서비스를 운영하며 도서관 본연의 서비스 질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윤 팀장은 국립중앙도서관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 및 경기 남부권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과의 연계 사업을 활성화했다. 또한 대학·연구기관·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수원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긴 ‘수원학’ 자료의 보존·활용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2025년부터 수원시정연구원 디지털 아카이브 계획에 협조하고 있다. 2025년에는 도서관 앞마당을 활용해 캠핑 텐트와 빈백, 야외 가구를 배치한 ‘책소풍 야외도서관’을 운영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도서관상’ 수상... 도서관 발전에 헌신한 긍지 그는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 2006년 선경도서관 열람봉사팀 재직 당시 거둔 성과를 꼽았다. 당시 선경도서관은 국내 도서관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도서관상’ 단체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한국도서관협회(KLA)가 주관하며 대한민국 도서관 발전에 탁월한 공헌을 한 기관과 개인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도서관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받는다.
또 다른 성과로 윤 팀장은 광교푸른숲도서관 팀장 시절, 기획했던 ‘휴식 소리 콘서트’ 시리즈를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과 문화예술공동체 더뮤엘이 주관한 ‘2019 문화가 있는 날’ 지역 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도서관의 정체성인 ‘책’에 ‘음악’과 ‘휴식’을 결합했다. 이 시리즈는 총 6개의 다채로운 테마로 운영되었고, 1,506명이 참여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그는 올해 가장 뜻깊은 결실로 지난 6월 14일에 개최한 선경도서관 개관 30주년 기념행사 ‘서른 번째 책의 정원’을 언급했다. 예산이 거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30주년 역사적 가치를 시민과 나누고자 하는 의지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일궈낸 성과였다.
시민들과의 유대를 확인한 ‘인연 30년, 시민과의 만남’을 비롯해 품격 있는 ‘도서관 in 클래식’ 공연, 캘리그래피 김상훈 작가의 재능기부가 더해진 독서문화체험 등 911명이 참여하여 도서관의 서른 돌을 축하했고, ‘아카이브 선경 메모리’와 ‘추억의 책장’ 전시회는 도서관과 시민이 공유해 온 시간을 재구성해 감동을 선사했다.
지역 협력기관 홍보 부문에서는 지역 서점과 연계한 ‘여름 서가’, 문화 예술 및 친환경 제품 판매 부스, 청년 팝스토어 등이 운영되었고, 수원시 신중년센터, 수원시니어클럽,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공공 서비스 기관들이 협업 파트너로 참여해 정보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윤 팀장은 시민들이 도서관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30년 인연 SK그룹, 25억 기탁으로 ‘복합문화공간’ 도약 기반 마련 선경도서관의 개관 30주년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도서관의 제2의 도약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SK그룹이 30주년을 계기로 25억 원의 지정기탁을 결정해 2026년 선경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 업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선경도서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11월, 도서관 협력 업무 유공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9년 공직 생활 동안 보람도 많았다. 윤 팀장은 2018년 광교푸른숲도서관의 성공적인 개관을 회상했다. 2017년 당시 무보직 6급이었던 그는 그해 11월 개관 TF팀장으로 발탁되어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윤경아 팀장은 도서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현장을 누비며 거의 시설직 공무원처럼 낮밤 없이 일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러한 헌신 끝에 탄생한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광교호수공원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20년 2월 문을 연 숲속 오두막 책방 ‘푸른숲 책뜰’은 자연 속에서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연간 약 6,00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인기공간이다.
◇두 번의 암 투병 끝에 깨달은 ‘지속 가능한 삶’... 도서관은 나를 일으킨 원동력 늘 앞만 보고 달려온 윤 팀장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유방암 투병, 2020년에는 위암이라는 아픔과 마주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속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도서관‘이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도서관 현장 소식이 궁금했고, 그 공간이 그리웠다. 그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운동과 독서에 매진하며 몸과 마음을 보살폈다.
이처럼 생각지 못한 투병 생활은 인생 전반을 성찰하는 변곡점이 됐다. 윤 팀장은 이제 직장 생활의 기준을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두고,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법을 배웠다.
◇사서의 가치는 숫자가 아닌 ’시민의 변화‘... 전문성 존중 받는 환경 소망 그는 사서직의 현실적 고충도 털어놓았다. 직렬 특성상 사서의 성과는 단순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윤 팀장은 사서의 진정한 성과는 한 아이가 책의 세계에 눈을 뜨고, 어르신이 도서관을 통해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등 정성적인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대출권수나 행사 횟수, 이용자 수 등 정량적 지표에 치중되는 면이 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공공도서관 사서는 장서 개발과 독서·문화 기획은 물론, 지역 아카이브 구축과 평생학습 기반 마련까지 책임지는 광범위한 전문직이다. 특히 야간 및 주말 운영, 연중무휴 서비스 등 시민을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서비스라는 특성도 있다. 그는 도서관 운영을 단순히 비용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핵심 문화 기반 시설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윤 팀장은 공공도서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문턱이 낮아야 한다며 전 세대가 자연스럽게 머물고, 야외 마당에서 책과 함께 휴식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I 관련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싶고, 국내외 유수의 도서관을 탐방해 그 기록을 자료화하고 책으로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다음 칭찬 릴레이 인터뷰는 도서관사업소 선경도서관 윤경아 선경도서관팀장의 추천을 받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전시과 이기석 교육홍보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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