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칼럼] 거안사위, 이길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이상준 기자 | 기사입력 2026/01/15 [09:43]

[이상준 칼럼] 거안사위, 이길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이상준 기자 | 입력 : 2026/01/15 [09:43]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의 사자성어로, 평온한 시기에도 미래의 위험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길 것이 분명해 보이는 순간,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불안해진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는 이 역설적인 심리를 우리는 흔히 ‘승전불안(勝前不安)’이라 부른다. 패배가 예상될 때보다, 낙승이 점쳐질 때 더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본능적 경계심이자, 수많은 경험을 통해 학습된 감정이다. 그리고 이 심리를 태도의 차원에서 끌어올린 말이 바로 거안사위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안사위의 경고를 흘려들었던 사례는 숱하다. 전쟁에서든 정치에서든, 조직과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과소평가한 순간, 승리는 미끄러지듯 손에서 빠져나갔다. 방심은 늘 가장 달콤한 유혹의 얼굴로 다가온다. “이쯤이면 됐다”는 안도감은 노력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판단의 날을 무디게 만든다.

 

스포츠에서 거안사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압도적인 전력 차로 앞서던 팀이 막판에 무너지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선수들을 흔드는 것은 ‘이기고 있다’는 사실보다 ‘혹시라도’라는 가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과도한 자신감이 아니라 끝까지 유지되는 집중력이다.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경기의 흐름은 이미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도 거안사위는 중요한 신호다. 여론조사 수치가 높고 성과가 쌓일수록,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오만이 아니라 절제다. 시민의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에서 무너진다. “이미 이겼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현장은 멀어지고 민심은 등을 돌린다. 거안사위는 그래서 경고음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신호다.

 

조직과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성과가 좋을수록 점검은 더 촘촘해야 하고, 칭찬이 많을수록 자기 성찰은 깊어져야 한다. 진짜 위험은 실패의 문턱이 아니라 성공의 문턱에서 찾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거안사위는 비겁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다.

 

결국 거안사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것을 외면하는 태도가 문제다. 이길수록 더 낮아지고, 확실할수록 더 준비하는 자세. 그것이 승리를 끝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방심하지 않는 자만이 진짜 승자가 된다. 거안사위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끝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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