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음악칼럼] 바흐와 헨델, 비극을 넘어선 불굴의 예술혼

거장의 눈을 앗아간 운명의 바늘 ‘바흐와 헨델, 그 암흑 속의 동행’

김명신 | 기사입력 2026/02/26 [08:28]

[김명신 음악칼럼] 바흐와 헨델, 비극을 넘어선 불굴의 예술혼

거장의 눈을 앗아간 운명의 바늘 ‘바흐와 헨델, 그 암흑 속의 동행’

김명신 | 입력 : 2026/02/26 [08:28]

▲ 김명신 수원시음악협회 회장   ©수원화성신문

 

음악사에는 1685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두 명의 거대한 기둥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독일)와 '음악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deric Händel 1865~1759, 독일출신 영국 작곡가)입니다. 평생 서로를 의식하며 각자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던 두 거장에게는 안타깝게도 비극적인 평행이론이 존재합니다. 바로 같은 인물에게 눈 수술을 맡겼다가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2월 23일, 헨델의 탄생일을 맞아 인류의 보물 같았던 두 거장의 눈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과, 그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숭고한 예술 혼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1750년과 1751년, 유럽 음악계에는 연달아 참혹한 비극이 닥칩니다. 당시 유럽 전역을 누비며 자신을 '최고의 안과 전문의'라 홍보하던 존 테일러(John Taylor)라는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화려한 마차와 선전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했으나, 사실은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시대의 사기꾼이자 돌팔이 의사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수술법은 극도로 위험했습니다. 소독되지 않은 날카로운 바늘로 수정체를 찔러 안구 뒤쪽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치료가 아니라 '자해'에 가까운 폭력이었습니다.

 

비극은 바흐에게 먼저 찾아왔습니다. 1750년,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바흐는 테일러에게 두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수술 부위의 심각한 감염과 고통 속에 바흐는 결국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수술 후 불과 몇 달 만에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바흐가 세상을 떠난 바로 이듬해인 1751년, 공교롭게도 헨델 역시 같은 의사인 테일러에게 자신의 눈을 맡깁니다. 헨델 또한 수술 실패로 시력을 거의 잃게 되었고, 남은 생애를 영원한 암흑 속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음악가에게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두 거장은 절망의 늪에 빠져 주저앉는 대신, 보이지 않는 눈으로 마음속 깊은 곳의 선율을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바흐는 죽음을 직면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위에게 악보를 구술하여 코랄 전주곡 <우리 이제 당신의 보좌 앞에 나아갑니다(BWV 668)>를 완성했습니다. 육신의 눈이 감기는 찰나, 신의 얼굴을 마주 보며 써 내려간 숭고한 유언이었습니다. 헨델의 의지 또한 불굴의 것이었습니다. 실명 후에도 그는 조수의 도움을 받아 오라토리오 <예프타>를 완성해 냈습니다. 비록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직접 오르간 앞에 앉아 신들린 연주로 공연을 이끌었습니다. 건반을 더듬으며 영혼을 쏟아내는 노거장의 모습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헨델이 태어난 지 300년이 훌쩍 넘은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그의 음악에 감동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인 완벽함 때문만이 아닙니다. 잘못된 의술로 평생 일궈온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최악의 순간에도, 그는 "내 눈은 멀었어도, 내 마음속의 음악은 결코 멈출 수 없다"며 삶을 긍정했기 때문입니다.

 

바흐와 헨델, 두 거장은 비록 한 사기꾼 의사에게 눈을 잃었지만,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며 시공간을 초월해 영원히 빛나는 음악적 유산을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완벽한 온실 속에서 핀 꽃보다, 척박한 땅에서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더 진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2월의 끝자락, 혹시 예상치 못한 장애물 앞에서 망설이고 계시는가요? 헨델과 바흐가 암흑 속에서 끝내 찾아냈던 찬란한 빛을 떠올리며, 여러분도 다시 한번 용기 있게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이 칼럼이 여러분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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