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화석정과 율곡선생

이강석 | 기사입력 2026/04/23 [08:22]

[이강석 칼럼] 화석정과 율곡선생

이강석 | 입력 : 2026/04/23 [08:22]

▲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이강석     ©수원화성신문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 가서 북녘 하늘을 살펴보고 이어서 임진왜란과 율곡 이이 선생의 스토리텔링이 담긴 花石亭(화석정)에 올랐습니다.

 

율곡 선생이 일본의 침략을 대비하여 10만 양병을 하자고 주장했으나 당쟁으로 치열하던 시기에 무조건적인 반대로 정책 제안이 선조에 의해 좌절되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파주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수업료로 참기름, 들기름, 아주까리기름을 받아서 화석정 목재에 칠하여 기름을 많이 머금게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키 큰 아이는 화석정 서까래에 기름을 칠하고 보통 키의 학동들은 기둥에, 그리고 키가 작거나 어린아이들은 마룻바닥에 기름칠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선조는 급히 신의주 방면으로 피신, 피난을 가는데 이곳 화석정 아래 임진강을 건너게 됩니다.

 

임진왜란을 맞이하여 피난하기에 급급했던 선조 일행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임진강 이곳에 도착하였고 도무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어서 도강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이때 갑자기 화석정이 불타오르며 나루를 환히 비추었고, 선조 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너 의주로 피신할 수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화석정이 그때 불에 탔던 이유는 율곡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율곡은 임종을 하면서 화석정 곳곳에 기름칠을 잘 해 두었다가 모년 모월 모일에 불을 지르라고 지시하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날이 바로 선조가 임진강을 도강하는 날이었으니, 이미 8년 전에 율곡은 이 같은 일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칠흑같이 어두운 강을 건너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고 율곡 선생으로부터 받은 밀봉된 편지를 이항복이 열어보았고 화석정에 불을 붙이라는 묘책이 제시되어 있었으며 그리하여 선조의 어가는 화석정이 불타는 불빛을 이용하여 무사히 임진강을 건너 신의주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80여 년간 빈터만 남아 있다가 현종 14년(1673)에 이이의 증손인 이후지, 이후방이 복원하였으나 1950년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되었습니다. 현재의 정자는 1966년 경기도 파주시 유림들이 다시 복원하고 1973년 정부가 실시한 율곡 선생 및 신사임당 유적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단청되고 주위도 정화되었습니다.

 

건물의 정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花石亭” 현판이 걸려 있고 내부에는 이이가 8세 때 화석정에서 지었다는 『팔세부시』가 걸려 있습니다. 율곡선생이 8살에 지었다는 시인데 그 내용이 어른의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숲속 정자에 가을 이미 늦으니, 시인의 시상은 끝이 없구나. 먼 물줄기는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 받아 붉도다.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소리가 저녁 구름 속에 끊어지도다.

 

화석정 주변에서 역사를 지키는 수령 560년 느티나무의 위용이 조선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 보입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역사 중 일부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최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1,500만 관객의 <왕과 사는 남자>의 강원도 영월 청령포의 모습이 이곳 화석정에서도 보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공감하고 실감하는 바입니다.

 

강을 바라보고 화석정 건물을 올려다보고 건너편 산기슭을 조망하면서 역사 속의 영월 청령포와 겹쳐 보이는 것은 과한 상상력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많은 정치인, 백성들이 만들어 가기도 하지만 몇 사람의 의지로 그 역사의 물길이 크게 변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늘 하루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고 멋진 날인 것처럼 역사도 그날그날 사람들의 선택과 집중으로 결정되고 승자의 붓으로 기록된다는 현실에 공감하게 됩니다. 화석정과 임진왜란의 역사를 반성하여야 하고 율곡 선생의 혜안에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그가 정치에서 물러서지 않고 임금을 보필하며 국가를 강하게 이끌어서 왜군의 침략을 막아냈어야 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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