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해가 지면 또 다른 기회를 맞는다. 낮의 경제가 일상의 소비를 책임진다면, 밤의 경제는 도시의 매력과 체류 시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야간경제(Night-time Economy)’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한 영업시간 연장이 아니라 문화·관광·상권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축이다. 기존 자원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확장해 체류를 늘리고 소비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수원시는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낮의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 저녁 이후에도 머무를 이유,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이 필요하다. 결국 해답은 야간경제에 있다. 밤이 살아야 관광객이 머물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야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수원은 그 해답을 역사에서 찾고 있다. 정조대왕이 백성들에게 전한 “불취무귀(不醉無歸)”는 단순한 술자리의 권유가 아니라, 함께 머물고 즐기며 소통하자는 도시 철학의 표현이었다. 오늘날의 언어로 풀면 ‘머무르게 하는 도시’, ‘밤에도 살아있는 도시’에 대한 선언이다.
이 정신을 바탕으로 수원형 야간경제는 ‘통과형 도시’에서 ‘체류형 도시’로의 전환을 지향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물건만 소비하지 않는다. 먹고, 보고, 걷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소비가 되는 시대다. 골목과 시장, 거리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문 일대 전통시장의 대다수 점포는 저녁 7시만 넘으면 불이 꺼진다. 유동인구 감소는 상권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방문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를 해소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야시장이다. 특히 ‘팝업형 야시장’은 낮과 밤이 다른 매력을 자아내며 죽어 있던 공간과 시간을 기회의 장으로 바꾼다.
수원도시재단의 ‘골목야장’ 사업은 이러한 가능성을 이미 입증했다. 주민과 상인이 주체가 된 야간 콘텐츠는 젊은 층 유입을 이끌었고, 유동인구와 매출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제 그 경험은 남문 백년시장으로 확장된다. 백년시장은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수원남문시장)’ 공모에 선정되어 3년간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통시장에 문화·관광·체험을 결합한 체류형 상권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조대왕의 불취무귀’ 야시장은 저녁 이후 꺼졌던 시장에 다시 불을 밝히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다. 먹거리와 공연, 체험이 어우러진 야간 콘텐츠는 시장에 새로운 리듬을 더하고, 낮과 밤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를 완성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일회성 행사를 넘어 상인·주민·행정이 함께 만드는 상시적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축적할 때 비로소 경쟁력 있는 야간경제가 완성된다.
야간경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수원 방문의 해’를 계기로 체류형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전략이다. 수원도시재단의 골목야장 성과와 ‘정조대왕의 불취무귀’ 야시장이 만들어낼 변화는, 단순한 밤의 풍경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밝히는 불빛이 될 것이다. 수원의 밤이 살아나는 순간, 도시의 경제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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