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행보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 하나였다. 바로 '반도체'다. 선거 전부터 선거운동 기간, 그리고 재선 이후까지 그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졌다. 국가산단 축소론과 생산시설 이전 가능성, 전력공급 재검토론 등이 잇따라 제기되자 기자회견과 SNS, 시민 서명운동 등을 통해 적극 대응했고, 정부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연일 사업의 정상 추진을 촉구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국책사업을 지키기 위해 이처럼 앞장선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행보는 행정이라기보다 투쟁에 가까웠다. 국가산단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일부에서는 "너무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데 시장이 가만히 있었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왜 그는 그토록 절박했을까.
답은 단순하다. 용인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용인 국가산단은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다. 수만 개의 일자리와 수백 개의 협력기업,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이 이곳에 달려 있다. 국가경제를 떠받칠 핵심 프로젝트이자 용인의 운명을 바꿀 사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산단 축소설과 팹 이전설, 전력공급 재검토론까지 이어지자 이상일 시장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시민들의 불안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시민들과 함께 서명운동을 벌였고, 정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며, 삼성전자 측과 직접 소통하며 투자 계획의 변동 여부를 확인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 행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행동으로도 읽힌다.
국가 핵심 산업은 한번 방향이 틀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결정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지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지방분권 시대에 요구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침묵하는 시장보다 행동하는 시장이 시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시장의 발언은 언제나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 역시 정치적 논란 속에서 투자 결정을 강요받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지역의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용인 국가산단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전략사업이라면, 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지방정부 수장의 책무다.
이상일 시장의 행보를 두고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시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순간, 가장 앞에서 싸웠다. 국가산단 조성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용인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의 '투쟁'은 단순한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용인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리더십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시장이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싸움이 정치가 아니라 시민과 국가의 미래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난중일기'의 마지막 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그 기록이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지, 아니면 용인의 미래를 지켜낸 책임행정의 기록으로 남을지는 이제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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