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초 ‘가혹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뉴스에서는 대한민국 기상청 공식 기상 관측 이후 최고 온도 갱신이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고, 휴대폰에서는 폭염중대경보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있다. 폭염중대경보라는 폭염 수위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수준이 아니다. 폭염중대경보는 2026년 여름에 신설된 폭염특보 최상위 단계로, 폭염경보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 38℃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되는 경보 수준이다. 올여름 신설된 최상위 폭염 재난 수준이 연일 지속되며 우리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우천으로 경기장 상태가 좋지 않아 연기되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진행되던 프로야구 경기도 8월 5일부터 폭염으로 거의 1주일간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 우리나라 폭염 사태는 올 5월부터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 재난 사고로 어느 정도 예견된 사고였다. 2026년 6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45℃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기온이 기록되었고, 6월 21일부터 7일간 유럽 전역에서 1,3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하였고, 프랑스에서만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장례식장이 부족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후속 언론 보도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 유럽에서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구체적으로는 독일에서 5,000명 이상, 프랑스에서 2,000명 이상, 벨기에에서 1,700명 이상, 스페인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팬데믹 수준의 재난 사고였다. 이제 유럽에 이어 대한민국에도 가혹한 무더위로 인해 우리 일상생활을 무너뜨린 폭염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폭염 피해는 다른 재난과 마찬가지로 노년층 농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보호막이 필요한 상대적 취약 계층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올해 들어 8월 9일까지 질병관리청 집계 기준으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30명인데, 그중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더 부끄러웠던 사실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질병관리청의 통계 자료에 기록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확인된 것만 최소 4명의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질병관리청 통계는 전국 응급실 516곳의 자발적 신고를 취합한 숫자여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은 사망자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언론에 보도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 보다 실제 온열질환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조건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존재한다.
가혹한 무더위로 일상생활을 무너뜨린 폭염 사회의 도래 열사병으로 숨진 이주노동자의 폭염 사망자 숫자도 모르는 한국 사회의 민낯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단기적인 대처 방안도 필요해 상대적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비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이주노동자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건설업, 농림어업, 축산업 등이 이주노동자들의 주된 일터인데, 이들의 작업장은 대부분 휴게시간을 정한 근로기준법이나 안전보건 의무가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폭염으로부터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온열질환 사망자 통계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머나먼 이국땅에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포항에서 숲 가꾸기 일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네팔 노동자 아내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네팔에서도 폭염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심한 폭염 땐 회사가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나요.”
사실 환경 파괴로 위한 기후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생태학자와 환경주의자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있어왔다. 산업계도 환경 규제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나름 투자도 하면서 새로운 환경 표준에 적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법안과 시민단체의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유럽에서의 환경운동은 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와 대비를 해오다 보니, 올여름 유럽 폭염과 같은 긴급 재난 사태에 대한 발 빠른 적응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유럽 폭염 사망자 폭증 사태를 보고 우리가 배운 교훈은 장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후 위기가 다가왔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단기적인 대처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노인층과 이주노동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사회적 약자가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사회문화 분야뿐만이 아니라 상대적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보편적 인권 인식에 기반한 품격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