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칼럼] 폭염과의 전쟁

김연호 | 기사입력 2026/08/20 [08:21]

[김연호 칼럼] 폭염과의 전쟁

김연호 | 입력 : 2026/08/20 [08:21]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수원화성신문

 

2026년 8월 초 ‘가혹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뉴스에서는 대한민국 기상청 공식 기상 관측 이후 최고 온도 갱신이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고, 휴대폰에서는 폭염중대경보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있다. 폭염중대경보라는 폭염 수위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수준이 아니다. 폭염중대경보는 2026년 여름에 신설된 폭염특보 최상위 단계로, 폭염경보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 38℃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되는 경보 수준이다. 올여름 신설된 최상위 폭염 재난 수준이 연일 지속되며 우리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우천으로 경기장 상태가 좋지 않아 연기되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진행되던 프로야구 경기도 8월 5일부터 폭염으로 거의 1주일간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 우리나라 폭염 사태는 올 5월부터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 재난 사고로 어느 정도 예견된 사고였다. 2026년 6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45℃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기온이 기록되었고, 6월 21일부터 7일간 유럽 전역에서 1,3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하였고, 프랑스에서만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장례식장이 부족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후속 언론 보도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 유럽에서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구체적으로는 독일에서 5,000명 이상, 프랑스에서 2,000명 이상, 벨기에에서 1,700명 이상, 스페인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팬데믹 수준의 재난 사고였다. 이제 유럽에 이어 대한민국에도 가혹한 무더위로 인해 우리 일상생활을 무너뜨린 폭염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폭염 피해는 다른 재난과 마찬가지로 노년층 농민,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보호막이 필요한 상대적 취약 계층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올해 들어 8월 9일까지 질병관리청 집계 기준으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30명인데, 그중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더 부끄러웠던 사실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질병관리청의 통계 자료에 기록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확인된 것만 최소 4명의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질병관리청 통계는 전국 응급실 516곳의 자발적 신고를 취합한 숫자여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은 사망자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언론에 보도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 보다 실제 온열질환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조건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존재한다.

 

 

가혹한 무더위로 일상생활을 무너뜨린 폭염 사회의 도래

열사병으로 숨진 이주노동자의 폭염 사망자 숫자도 모르는 한국 사회의 민낯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단기적인 대처 방안도 필요해

상대적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비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이주노동자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건설업, 농림어업, 축산업 등이 이주노동자들의 주된 일터인데, 이들의 작업장은 대부분 휴게시간을 정한 근로기준법이나 안전보건 의무가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폭염으로부터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온열질환 사망자 통계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머나먼 이국땅에서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포항에서 숲 가꾸기 일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네팔 노동자 아내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네팔에서도 폭염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심한 폭염 땐 회사가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나요.”

 

사실 환경 파괴로 위한 기후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생태학자와 환경주의자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있어왔다. 산업계도 환경 규제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나름 투자도 하면서 새로운 환경 표준에 적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법안과 시민단체의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유럽에서의 환경운동은 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와 대비를 해오다 보니, 올여름 유럽 폭염과 같은 긴급 재난 사태에 대한 발 빠른 적응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유럽 폭염 사망자 폭증 사태를 보고 우리가 배운 교훈은 장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후 위기가 다가왔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단기적인 대처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노인층과 이주노동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사회적 약자가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사회문화 분야뿐만이 아니라 상대적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보편적 인권 인식에 기반한 품격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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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자아자 2026/08/23 [22:57] 수정 | 삭제
  • 유비무환! 이말이 머리 속을 맴돈다. 고인이 되신분들 너무나 가슴아프고 안타깝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외롭게 운명을 달리한 이주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칼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말만 하게되네요. 예방을 잘하고 인권이 지켜지는 더욱 발전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 2 2026/08/21 [09:25] 수정 | 삭제
  • 다음 세대를 위해서 Renewable Energy 100% 실천합시다~~~~
  • 막둥 2026/08/21 [09:13] 수정 | 삭제
  • 여름하면 휴가라는 단어로 많은이들을 들뜨게하던 계절인데... 이제 폭염을 걱정하게되는 단어가 된것같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 민민 2026/08/20 [17:51] 수정 | 삭제
  • 폭염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논의한 점이 눈이 띠는 글입니다. 노동할 권리,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두루밍두 2026/08/20 [11:06] 수정 | 삭제
  •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통계 자료에 기록조차 되지 않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건설업을 비롯해 이제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운영되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과연 충분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 궁금 2026/08/20 [11:02] 수정 | 삭제
  • 가족을 위해 독일 광산,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고생하셨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취약계층을 위한 올바른 개선책이 하루빨리 생기길 파라며,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폭염피해로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이화월백 2026/08/20 [10:46] 수정 | 삭제
  • 보편적 인권의식에 기반한 품격있는 대응의 필요성 가슴에 박힙니다 좋은글 잘 읽고 새깁니다
  • 종만네 2026/08/20 [10:38] 수정 | 삭제
  • 전례없는 폭염은 취약계층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었습니다. 특히 보호막이 두텁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피해에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보다 촘촘하고 두터운 보호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필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독고다이 2026/08/20 [10:32] 수정 | 삭제
  • 소외된 공간에서 삶을 어렵게 지탱하고있는 많은이들에게 보다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듯합니다.....
  • No1 2026/08/20 [10:20] 수정 | 삭제
  • 폭염과 일상이 된 지금,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좋은 테마네요. 앞으로도 좋은 칼럼 부탁합니다.
  • 원더맘 2026/08/20 [09:06] 수정 | 삭제
  • 기후재난이 취약계층에 더 가혹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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