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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이 또다시 기로에 섰다.
10년 가까이 논의해 온 사업이지만 아직도 수원 군공항은 그 자리에 있고, 이전 대상지로 거론돼 온 화성 화옹지구 역시 최종 이전부지로 확정되지 못했다. 그동안 수원시와 화성시, 경기도, 국방부가 숱한 논의를 이어왔지만 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현행 방식으로 과연 수원 군공항 이전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아니, 지금과 같은 ‘기부 대 양여’ 방식만 고집한다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현행 군공항 이전사업은 이전사업시행자가 새로운 군공항을 건설해 국가에 기부하고, 기존 군공항 부지를 양여받아 개발한 뒤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법 자체가 이 같은 사업방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수조 원, 많게는 10조 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부담하고, 수년 뒤 종전부지 개발을 통해 회수한다는 방식은 부동산 경기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지금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대구지역에서도 군공항 이전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부의 로드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 역시 같은 문제를 겪었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오랜 기간 후보지를 정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 국가산업단지 등을 묶는 패키지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의 국가산단 조성과 군공항 이전을 병행하기 위한 법적 보완책까지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수원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군공항 이전을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군공항은 국가 안보시설이다. 국가가 필요해서 설치했고, 국가 안보를 위해 운영해 온 시설이다. 그렇다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재배치가 필요하다면 그 비용과 책임 역시 국가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기존 부지 개발을 통한 재원 확보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군공항 건설비용을 지방정부가 먼저 떠안고, 종전부지 개발이익으로 회수하도록 하는 현재 구조는 사업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
수원 군공항 이전이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원시가 군공항을 옮기는 사업’에서 ‘국가가 수도권 군공항을 재배치하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방법은 특별법 개정이다.
실제로 2026년 국회에서는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가 직접 군공항 이전사업의 시행자가 되고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방향의 특별법 개정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일부 개정안은 국방부 장관을 직접 사업시행자로 하고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다.
수원 군공항 이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국방부가 군공항 건설과 이전을 책임지고, 국토교통부는 경기국제공항 등 민간공항 체계와 연계하며, 기획재정부는 필요한 국가재정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수원시는 종전부지 개발을 통해 지역 발전을 책임지고, 화성에는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면 된다.
이렇게 해야 한다.
국방부는 군공항을 책임지고, 국토부는 공항을 책임지고, 정부는 이전지역을 책임지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화성시민에게도 “군공항을 받아달라”는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국가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놓고 협상할 수 있다.
수원 군공항 이전의 핵심은 이제 수원시가 얼마나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국가가 얼마나 책임질 것인가가 핵심이다.
더구나 수원 군공항 문제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수원 도심에 자리한 군공항을 이전하면 종전부지 약 525만㎡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공간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수원과 화성의 도시공간 재편은 물론 경기남부의 산업·교통·공항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를 국가 차원의 공간 재편사업으로 바라볼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특별법을 개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화성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전지역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환경과 소음, 고도제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원과 화성이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이 모든 문제를 풀어낼 동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법을 바꾸면 돈의 흐름이 바뀌고, 돈의 흐름이 바뀌면 사업의 구조가 바뀌며, 사업의 구조가 바뀌면 협상의 지형도 바뀐다.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지난 10년의 논쟁은 이제 충분하다.
수원은 이전을 주장하고, 화성은 반대하고,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중재하는 현재의 구도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새로운 해법을 선택해야 한다.
‘기부 대 양여’라는 낡은 틀에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을 가둬놓아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시설의 이전이라는 본질에 맞게 국가가 책임지고,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원 군공항 이전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특별법 개정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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