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신뢰를 향한 경찰의 변화를 기대한다

이병국 경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병국 | 기사입력 2018/02/21 [10:23]

[기고] 국민 신뢰를 향한 경찰의 변화를 기대한다

이병국 경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병국 | 입력 : 2018/02/21 [10:23]
▲ 이병국 경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수원화성신문

촛불집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매우 의미 있는 순간들이었다. 경찰 조직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으며 향후 수사권 조정, 대공수사권 이관, 자치 경찰 등 경찰조직의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필자가 처음 경찰을 시작한 것은 27년 전이다. 첫 발령을 받은 파출소에 부임하니 선배가 타자기부터 먼저 사야한다고 해 50여만 원 봉급을 받아 20여만 원짜리 중고 타자기를 샀다. 그때는 당연히 사비로 사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몇 년 후 경찰서로 발령이 났는데 타자기는 볼 수 없고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였다. 며칠을 타자기로 기안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상사로부터 핀잔 받기가 일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컴퓨터로 작성해 프린트한 깔끔한 보고서와 타자기로 작성한 보고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 사무실에 6명이 근무하는데 정부에서 사준 컴퓨터는 한 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각자가 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큰아들 명의의 적금을 해약하고 중고 컴퓨터를 샀다. 개인이 구입하는 것이 타자기와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볼펜과 복사지 등 대부분의 사무용품도 모두 각자가 구입해 사용했다. 그때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당시 친구들에게 적금을 해약해 컴퓨터를 구입했다고 말하자 거짓말한다며 믿지를 않아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더 웃기는 일도 있었다. 다른 과에 근무하는 동기가 사용하던 의자가 부서졌는데 수리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장이 났다. 경리부서에서는 예산이 없어 당장 구입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사비로 의자를 구입한 것이다. 1년이 지난 뒤 그 동기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자 의자를 들고 갔다. 후임자로 발령이 난 직원은 의자 없이 한동안 근무해 오가던 직원들이 실소를 터뜨리곤 했다. 그때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경찰 예산이 27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사비로 컴퓨터와 볼펜을 샀다는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영화 "공조"에서 주인공 현빈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남한 형사(유해진)와 함께 마약사범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마약사범들이 남한 형사의 총을 빼앗고 “짭새”라는 비속어로 비아냥거리자 북한 형사 현빈이 “검열원 아니 너덜 말로 형사는 짭새가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야. 그에 맞는 예를 갖춰 대하라”며 출중한 무술 실력을 보이며 범죄자들을 진압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그 중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으로 경찰의 비대화, 공룡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공 수사는 경찰 창설 이래 지금까지 수행해 온 경찰의 고유 업무이며,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와 전문 수사 인력이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이관한다’는 표현보다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폐지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할 수 있다.

 

이기창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부임하고 나서는 경찰관서의 근무환경이 혁신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에 공기청정기가 비치되고, 냄새나는 화장실과 휴게실의 리모델링, 의자와 책상 등 오래된 사무 가구 교체 등 전반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민에게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 조직원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임 이후 줄곧 내부 만족도 향상을 주문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남부경찰의 사기가 충만하다.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치안서비스 제공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경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 수사권을 주려고 한다는 것보다 검찰과 국정원의 권한을 분산․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에 가까울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공무원으로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다. 그 어떤 공무원보다 더 높은 청렴 의식이 요구된다. 경찰이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근무하는 데에는 그에 걸맞은 권한과 근무환경은 필수조건이다. 국민만을 바라 보고, 신성한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경찰조직, 그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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