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민심은 위대했다. 늘 그랬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한 지지율 고공행진 등으로 일찌감치 민주당 쪽으로 기운 선거판이어서 나름대로 여당의 승리는 예고됐었다.
더구나 경기도내 31곳의 기초단체장 중 29곳으로 93.5% 석권에 지방의회도 도의회는 142석 중 95.1%인 135석에 기초의회도 전체 446석 중 280석으로 64.8%를 차지할 정도로 민주당이 압승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당이 압승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민심이 더욱 무서운 까닭이다.
투표일을 전후로 북미정상회담과 러시아 월드컵 개막 등이 예정돼 투표율도 저조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뒤집어졌다. 투표율이 60.2%로 26년 만에 60%의 장벽을 넘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가히 유권자들이 이룬 쾌거이자 혁명이었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해묵은 문제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선거 막판에 불거진 네거티브 공격과 마타도어, 흑색선전 등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크게 찌푸리게 했다. 정책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공약들도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선거기간 동안 수많은 현수막들이 내걸렸지만, “앞으로 어떻게 행정을 펼치겠다”는 내용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방선거를 벌써 7차례 치렀지만 이번처럼 최악인 경우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당선자 캠프들은 인수위원회 등을 꾸리고 지방권력을 이양받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측도 조정식 국회의원과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인수위원회인‘새로운 경기위원회’를 결성하고 기획운영 등 각 분야별로 6개 특위를 구성, 다음달 30일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이재명 후보의 도지사 당선이 갖는 의미는 참으로 각별하다. 임창열 지사 이후 손학규 지사와 김문수 지사, 남경필 지사 등 보수 성향 정당 지사들의 집권을 거쳐 20여년 만에 경기도정을 다시 맡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산이 2차례나 바뀐 셈이다. 유권자들도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비슷한 이유로 이 당선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 측도 선거기간 유권자들에 내건 약속인 ▲경기혁신교육 3.0 ▲공정한 교육 ▲학교자치시대 ▲미래시대 진로·진학교육 등 경기교육 4대 핵심 정책과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민선7기 자치교육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주입식 교육방식을 탈피해 학생 중심의‘혁신학교 시즌2’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진보 성향 교육감의 재선이라는 점에서도 교육정책의 쏠림현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원·화성·오산시 등 도내 기초 자치단체장 선거 당선인 측도 인수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4년 동안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민선 수원시장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염태영 당선인 측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수원특례시’추진 등 경기도 수부도시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에 개관하는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수원을 국제회의도시,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수원군공항 이전 부지에는 수원형 실리콘밸리인 스마트폴리스’를 조성하고, 소외계층과 신혼부부 등을 위해 200호 이상의 복지 주택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무상급식·무상교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철모 화성시장 당선인 측도 특권과 반칙이 없는 화성시를 구현하겠다는 시정목표로 토대로 신도시와 농어촌, 구도심 등이 어우러지는 경기남부권 최대 도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시와 반대 입장이지만, 수원군공항 이전문제도 포함됐다. 특히, 동서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동부권인 통탄은 동탄답게 동탄형으로 발전하고, 서부권인 향남은 향남답게 발전하고, 서신은 서신답게 그 특성을 살려 발전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3선에 성공한 곽상욱 오산시장 당선인 측도 오산천 수계 생태복원, 죽미령 평화공원 조성, 독산성 원형복원, 분당선 전철 연장, 자전거도로 확대 등의 중점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청년 구직자에게 면접 시 소요되는 경비를 맞춤형 취업수당으로 지원하는 등‘오산형 3대 청년수당 패키지’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어떤 선거든 끝나면 강약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번에도 선거사범 등 어느 정도의 후폭풍은 예고되고 있다. 당선인 측을 중심으로 관례적인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갈등도 우려된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視界)는 과거와 현재에 멈춰져 있지 않고, 늘 미래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당선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당선인들이 개혁과 평화 택한 민심을 토대로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13 지방선거가 제7기 지방자치시대의 예고편이었다면, 제7기 지방자치시대는 모름지기 이제부터다. 유권자들이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야당이 못했기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승리했다는 팩트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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