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공군기지와 맞닿은 아파트단지 앞으로 전투기 1대가 지나가고 있다. © 수원화성신문 |
|
군 공항·사격장 소음으로 인한 인근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지원에 관한 법안(이하 군 공항 소음법)이 지난 7월15일 36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률안심사소위에 상정, 축조심사를 거쳤다. 위원회는 김진표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비롯한 12개 법안에 대한 대안을 반영했다.
법안이 1차 심사소위 문턱을 넘어서면서 관련법의 입법화는 시간문제만 남았다는 희망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국회의 잦은 공전에 따라 입법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만도 23명에 이르는 데다, 군 공항 소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전반적 분위기는 좋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소음 피해 당사자들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관련 법률이 발효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찌됐건 군 소음법 제정은 가시권 안에 들어온 셈. 중요한 건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아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지다. 아울러 군 공항 소음 피해 당사자들의 바람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혹시 놓친 것은 없는 지 등도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국회 첫 관문 넘어선 군 공항 소음법
소음은 대표적 감각공해다. 흔히 사용하는 ‘성가심’은 소음 피해자 아닌, 피해를 주는 쪽의 표현일 것이다. 특히 엄청난 소음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군 공항 주변 주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표적 군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인 화성시 황계동 노인정에서 만난 어르신들과, 병점역 인근 상인들의 말을 빌면 ‘놀람’ ‘충격’ ‘분노’ ‘짜증’ 등이며, 그럼에도 속수무책이니 ‘답답함’ ‘서글픔’과 함께 ‘체념’으로 이어진다.
물론 소음이 불러일으키는 피해는 이런 감각적 공해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감각적으로 닥쳐오는 소음은 결국 몸을 해친다는 것은 상식이다. 큰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각장애는 물론 심혈관계나 소화계 등 인체 곳곳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쯤도 굳이 강조할 필요 없을 정도다.
이밖에도 군 공항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및 각종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인근 학교 학생들이 대한 학습권 침해와 신체·정신적 피해 등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공항 소음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방치’되다시피 해왔다. 국가방위라는 명분 아래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방위’라는 가치가 맞서는 지점에서 국민 권익이 일방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
하지만 주권을 가진 국민의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과, ‘국가안보’라는 2개의 가치 중 시민권이 일방적으로 희생돼왔다면, 오늘날에는 이 2가지 가치가 공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군 공항 소음법안이 20대 국회에서 13건이나 발의되고, 무려 23명의 국회의원이 여러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 역시 크게 달라진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처럼 국회가 적극 나서 관련 법안이 입법 단계 관문 중 첫 단계를 통과함으로서 입법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 군 공항 소음법안, 무엇이 담겼나
지난 7월15일 36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률안심사소위에 상정, 축조심사를 거친 법률안의 공식 명칭은 ‘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다.
총 26개 조항으로 구성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국방부장관이 수행해야 할 사항으로 ▲대통령령에 따른 소음 대책지역 지정·고시 ▲소음대책지역에 대한 소음 방지 및 소음 피해 보상 등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의무(매 5년) ▲군 비행장·사격장 소음 실태 파악 및 소음 피해 보상금 지급 등에 활용하기 위한 소음 측정망 설치 의무 ▲소음대책지역의 소음 저감을 위해 군용 항공기의 이착륙 절차 개선과 야간 비행 및 사격 등 제한 의무 ▲소음 대책지역 주민 가운데 소음 피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주민에 대해 소음 영향도 및 실 거주기간 등에 따른 소음 피해 보상금 지급 등이다.
이 같은 법률안은 일단 군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관련 법안 조문 대부분도 피해 주민과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소음 대책지역 지정 및 고시를 비롯한 소음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신뢰할 수 있는 측정망 구축, 소음저감 정책, 보상금 지급 등은 피해 주민들의 오랜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법안에 관한 축조심의 과정에서 피해 주민들을 위한 ‘소음 대책사업’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소음 대책사업은 군 항공기 소음 저감은 물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일컫는다. 민간공항의 경우 소음 저감을 위한 창틀 개선이나 에어컨 설치, 학교 시설 개선 등 다양하게 이뤄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법률안 조문에서 삭제됨에 따라 이후 대통령령에 반영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반면,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군 공항 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의 길이 어렵게나마 열리고 있다는 것만도 ‘의미 있는 변화’라는 것. 당장 충분치 않아도 적극 수용한 뒤 길을 넓히자는 거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이른 시일 안에 법안의 입법화를 관철하고, 이후 대통령령(시행령)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이에 더 해 피해주민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 자치단체의 지원 등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