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칼럼] 이재명 떼법과의 결별 선포…“공정사회 위해 척결돼야”
떼법,2천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민주주의 훼손하는 최대 걸림돌
허행윤기자 | 입력 : 2019/08/20 [11:09]
고대 그리스는 최초로 민주주의가 시행된 나라였다? 어떤 부분에선 참이고, 또 어떤 부분에선 참이 아닐 수도 있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정치인들을 뽑은 뒤 그들이 외교나 국방문제 등을 비롯해 국가 현안들을 토의하고 중지(衆智)를 모아 정책들을 만들거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선 그렇다. 적어도 현대 민주주의도 이 같은 측면에선 고대 그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모으는 중지(衆智)에 있다. 플라톤은 이처럼 중지(衆智)를 모으는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이런 모순이 발생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의 잘못된 예가 적용됐다고 분석한다. 어리석은 다수의 대중에 의해 정치가 좌우됐음을 뜻한다.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이 때로는 우(愚)와 화(禍)를 부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수결의 원칙이 잘못 적용될 수 있는 경우의 수로 떼법이 있다. 영어로 Mob Rule, 또는 Mob Justice 등으로 표기되는 떼법은 민주주의의 최대 단점이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제1철학>를 통해 “떼법은 일부 잘못된 집단이 수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가는 형태로 올바른 민주주의가 시행되는데 최대의 걸림돌이다. 그런 만큼 마땅히 척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어사전을 통해 ‘떼법’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법에 대한 적용을 무시하고 생떼를 쓰는 억지 주장이나, 또는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불법적인 시위를 벌이는 행위로, 집단 이기주의와 법질서 무시의 세태를 보여준다.’ 법에 대한 적용이 무시된다는 점에서 불법이나 탈법을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범법에 가까운 형태로도 비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떼법의 병폐로는 대중적인 인기에만 집중하고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발생시키는데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능력과 자질, 기여도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그릇된 평등관도 문제다. 개인이 절제와 시민적인 덕목을 경시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게 아니라 아예 밥솥에 쌀 자체를 얹힐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떼법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에서 지적된 부분을 역(逆)으로 되받아 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즉 대중적인 인기 부합을 지양하고, 개인의 능력과 자질, 또는 기여도 등을 최대한 감안하고, 절제와 시민적인 덕목 등을 중시한다면 떼법은 극복할 수 있다. 떼법을 극복하고 척결하면 민주주의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법·법질서를 무시하는 떼법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최근 도청 신관 상황실에서 열린 민간위탁사업 관련 회의를 통해서다. 그는 이 회의를 통해 “힘이 세고 많이 가진 사람들만이 불법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일종의 생활문화가 됐다”며 공정을 무시하는 현 세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떼법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 지사는 이어 “행정의 방식이 떼를 쓰면 들어 주더라’하면서 그 떼를 들어주면 계속 떼를 쓰게 된다. 하지만 떼를 써봤자 고생이라고 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도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도 장담하는데 점점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조금이나 위탁 사업들도 ‘(경기도가) 엄정하게 (집행)하는구나’라는 인식이 주입되면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이 떼법에 의해 끌려간다면 아무리 훌륭하게 입안된 도정(道政)이라도 형평성을 잃고 되레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래서 이재명식 정치 코드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떼법은 반드시 척결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정한 사회는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도 폄훼하고 멸절시키는 슈퍼 박테리아이기 때문이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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