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현 칼럼]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적신호 켜졌다

유미현 | 기사입력 2021/03/24 [14:08]

[유미현 칼럼]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적신호 켜졌다

유미현 | 입력 : 2021/03/24 [14:08]

 

2020년 그리고 현재까지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많은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코로나 진단 시약, 코로나 치료제, 그리고 백신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도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여 현재 60만 이상 접종을 완료한 상황이다. 이러한 성과는 생명과학과 의학 등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연구자들의 역할은 정말 대단했다. 실력을 갖춘 인재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2016년 3월에 벌어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특별히 주목했던 점은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였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라는 회사는 처음에는 일종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이후 구글에서 전격적으로 딥마인드를 인수하게 된다. 5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기업인 딥마인드를 구글이 인수한 가격은 약 7000억 이상이었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 인수한 까닭은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머신러닝의 전문가가 50여 명 정도였는데 딥마인드에 10명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구글은 인재(人才)에 투자한 것이었다.

 

2011년 이코노미스트지는 미래에 닥칠 ‘Great Mismatch’에 대해 우려하는 특집 기사를 냈다. 미래에는 과학기술관련 일자리는 많아지는데 이에 걸맞은 인재들이 부족해서 결국 인력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 분야의 인재가 많이 필요한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2020년에 745명으로 2008년의 141명에 비해 5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지난 10여 년간 전체 공대 정원(1570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급증한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SW, ICT 관련 인재 필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반해 서울대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5년째 55명에 머물러 있으며 2021학년도 대입 전형에서야 7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애플이나 퀄컴 등의 회사로 직행하는 스탠퍼드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을 설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의 기업에 밀리는 이유는 역량 있는 인재 수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초등학교 수준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전 세계 산업, 경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그 결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1998년에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을 지정하여 초중등 수준의 과학영재들을 선발하여 교육을 시작하였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매우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영재교육에 대해 잘못된 인식으로 영재교육에 대한 예산과 정책 지원이 줄어들게 되었고, 결국 영재교육 수혜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2% 아래로 떨어졌다.

 

과학영재교육의 목적은 과학과 수학에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서 미래에 탁월한 성취가 기대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교육함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그러한 잠재력은 교육의 장면에서 발견되기 쉬우므로 소수의 아이들을 선발해서 교육시키기 보다는 보다 많은 아이들이 영재교육을 받도록 하여, 그들이 가진 재능을 발견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과학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소수의 특정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과학, 수학 잠재력을 갖고 있는 보다 많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더욱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에는 영재교육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장애아들이 교육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마찬가지로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모든 국민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영재 아이들은 그 능력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과학, 수학에 재능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적극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초중고에서 적용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다. 문·이과 통합을 추구한 교육과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은 이공계를 무력화하는 교육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수포자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공계 학과를 진학할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중요한 내용들이 대거 삭제되었고, 별도의 과목으로 분리한 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바꾸었다. 특히 이공계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미적분, 확률과 통계뿐 아니라 기하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이공계 대학생들의 심각한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양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과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I, II로 나누었다. 그 중 과학 II 과목의 경우 진로선택과목이고, 주요 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진로선택과목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반영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는 취지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점수 따기 용이한 과목을 선택할 것이고, 좀 어렵더라도 자연과학, 공학계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과목의 선택 비율은 낮아질수 밖에 없다. 2022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탐구, 과학탐구 합쳐서 총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이럴 경우 사탐1과목, 과탐1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학습하고 대학에 이공계 전공으로 입학한 후 대학에서의 수학, 과학의 학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교육과정 편성 시 연구자들이 ‘Less is more’ 즉 ‘적게 가르치는 것이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라며 교과 내용을 삭제하였다. 과연 적게 가르치는 것이 많이 가르치는 것일까? 때로는 어려운 내용을 학습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수학과 과학의 본질을 깨닫고, 학습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의 기본인 선형대수(행력, 벡터)를 가르치지 않는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과학영재교육 정책, 초중등 과학수학 교육과정으로 인해 실력 있는 이공계 인재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는 수년 후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유미현 교수 (아주대 교육대학원 융합인재 및 영재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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