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가 심해졌다. 성취도별 분포 비율을 살펴보면 중위권 학생들의 비율은 줄어들고, 하위권의 비율은 보다 늘어난 형태로 바뀌었다. 하위권 비율 증가도 문제이지만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 결손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기초연산 문제를 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원격수업이 진행되다보니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작성한 ‘2020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초학력 도달 비율은 70.5%로, 2019년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수치는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한 학업 결손의 문제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누적될 수밖에 없다. 2020 한국교육종단연구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기초학력 미달은 중고등학교 학업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들은 국, 영, 수 과목 등에서 자기가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는 학업적 자기효능감도 떨어졌고, 학교생활에 대한 행복감 수준도 낮았다. 이와 같이 학습부진을 경험한 학생들은 공부에서의 어려움뿐 아니라 학습동기도 낮아지고, 자신에 대해서도 부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되며,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는 등의 학교생활 전반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종단연구보고서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학업에 대한 내적 동기이다. 일반적으로 동기란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내적인 직접 요인을 뜻한다. 켈러는 학습동기를 “학습자가 목표나 내용을 선택하고 그것을 성취시키려고 노력하는 정도”라고 정의하였다. 더불어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유지시키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4가지 변인을 제시하였다. 학습동기가 낮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주의력, 관련성, 자신감, 만족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의력은 어떻게 하면 학생의 주의를 끌고 그것을 유지시키느냐이다. 주의는 동기의 요소이면서 학습이 일어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학습가 학습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 관련성은 "왜 내가 이것을 공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관련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방식으로 답할 수 있다. 현재와 미래의 일들을 수행하는 데 현재의 학습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학습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고 가치를 알도록 도와주며, 결과보다 학습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자신감은 성공에 대한 기대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동기 유발 및 유지를 위해서 학습자는 학습의 재미와 필요를 느껴야 하는데 이와 더불어 성공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학습에 대한 자신감, 즉 자기효능감과 관련이 있다.
네 번째, 만족감은 학생 스스로 수행한 것에 대하여 기분 좋게 느끼게끔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 스스로 학습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학습의 자아 조절, 자기주도적 학습과 관련된다. 만족감은 학습의 초기에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요소라기보다는 일단 유발된 동기를 계속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PISA나 TIMSS와 같은 국제 성취도 비교 평가에서는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학습동기, 학업적 자기효능감, 흥미, 자아개념 등과 같은 비인지적 요인들도 조사하는데 결과 발표 이후 비인지적 요인들과 성취도의 관계도 면밀하게 분석한다.
PISA 2012, 2015에 따르면 수학, 과학 성취도는 수학 내적 동기와 효능감이 높을수록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즉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한 내적 동기와 효능감이 높을수록 수학, 과학 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비결은 각 과목에 대한 내적 동기를 높이고 효능감을 높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습 결손으로 인해 반복된 학업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은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스스로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나는 공부를 해도 안될 거야’ 라는 부정적인 학업적 자기효능감을 갖고 있는 학생의 경우 여기서 빠져나오기는 매우 어렵다.
부모나 교사가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산을 오르거나 장거리를 갈 때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한꺼번에 도달하려고 하면 선뜻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목표 지점을 도달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는다면 도전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의 경우 성공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크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작은 목표를 세워 도달하려고 노력하고, 작은 성취감이라도 반드시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아무리 노력해도 몸무게가 줄지 않으면 포기하게 되지만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감소하는 것을 보게 되면 자극이 되어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향상되면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성적이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이자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이것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성공 경험이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 학습 동기를 높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성적이 중위권 이하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자신감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경험했다고 한다. 즉 작은 성공 경험이 큰 성공을 불러오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보다는 쉬운 과제부터,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고, 어려운 과목보다는 쉬운 과목부터 도전해서 조금씩 성공을 맛보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학습 동기를 회복할 것이다.
유미현 교수 (아주대 교육대학원 융합인재 및 영재교육 전공)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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