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국가에서 시민사회 시대로

유문종 | 기사입력 2021/06/24 [14:07]

[기고]국민국가에서 시민사회 시대로

유문종 | 입력 : 2021/06/24 [14:07]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수원화성신문

 

시민혁명이 봉건사회를 해체하고 곧 바로 시민사회 시대로의 전환을 견인하지는 않았다. 시민혁명은 계급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형태의 근대 국민국가를 탄생시켰다. 계급이 사라진 자리에 국가라는 집단을 올려놓았다. 왕족과 귀족 대신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권력이 만들어졌고,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이끌어 나갈 관료제를 정착시켰다. 국민국가 시대에는 주권을 지키고 국가 부흥을 위해 국민을 동원하였으며, 동원의 과정을 정당하게 만드는 정치, 즉 통치의 시대였다.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관료들이 사회를 이끌어갔다. 어떤 지역에서는 관료와 함께 군인집단이 권력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국민국가의 시대는 시민국가를 거쳐서 시민사회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어가고 있다. 전쟁과 대공황, 매스미디어의 발달,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의 변화 등이 시민국가로의 전환을 견인하였다. 합의를 존중하고 중앙집권에서 분권사회로 바뀌며 협치를 시도하였으나 여전히 관료가 우위에 있었다. 이제는 시민국가 시대는 시민사회의 시대로 발전해가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지구적 위기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시민이 생활하는 삶의 현장과는 너무 멀리 있다. 기후위기,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경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복지와 문화, 교육과 안전, 돌봄 등의 생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어떻게 지역사회와 권한을 나누고 협력해야 하는지 또한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국가의 주권과 역할은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중심은 이제 국가가 아닌 시민사회와 시장으로 이동했다.

 

우리사회도 몇 번의 민주화과정을 통해 군인과 관료중심의 동원형 국민국가에서 합의와 협력을 중시하는 시민국가로 발전했고, 지금은 자율과 자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시민사회로의 전환에 주목하고 준비해야 한다. 정보통신과 과학 기술의 혁신으로 P To P 방식이 생활 속에 정착되고,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SNS의 활성화, 1인 미디어의 활동이 시민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민사회 시대는 집단의 권위와 관행이나 위계를 극복하는 자유로운 시민의 창의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집단이 갖고 있는 권위를 넘어서야 한다. 학연과 지연, 혈연은 엷어지고 있으나, 교조화 된 가치나 이념, 확증편향 등은 여전히 폐쇄된 집단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관행과 위계 또한 창의성을 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관행과 위계에 익숙한 관료제 또한 창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국가가 상당 기간 유지되듯이 관료제 또한 안고 가야한다. 관행과 위계가 아닌 혁신과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관료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00계(係)를 00팀(TEAM)으로 바꾸었다고 위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관료제의 문제는 몇 몇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해가야 한다. 

 

자치는 창의성이 실현되는 공간이자 방식이다. 집중화된 사회에서는 창의성은 발현되기 어렵다. 자치는 분권과 분산된 사회에서 활발하게 작동된다. 따라서 창의 사회로 가는 길은 분권사회, 분산된 사회로 가는 길과 겹쳐있다. 마을마다, 마을에서 모이는 주민모임마다, 직장에서도 문화, 취미 동아리 모임이나 학습하고 토론하는 소모임에서도 자치를 실현하고 창의성을 발현시켜 나가야 한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자치를 실천하고, 창의성이 사회를 혁신해 나갈 때 시민사회는 성장할 것이다. 시민 각 자가 시민사회 시대를 준비하며 그 역량을 강화하는 길은 이렇게 생활 속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거대한 시대 변화는 각 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만들 수 없으므로 제도적, 정책적 개혁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활발한 토론과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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