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근 협성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수원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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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행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수백 번 수천 번씩 실행한 사람들도 빈번할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의식주(衣食住)’ 다음은 ‘여행(旅行)’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여행은 우리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인 여가활동 중 하나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무더운 여름에는 7말 8초로 대표되는 휴가철과 맞물려 여행은 떠남(특정 장소로의 떠남과 일상생활에서의 떠남)과 동시에 기분전환, 스트레스 해소, 휴식 등의 의미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행(旅行)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사전, 국어사전, 영어사전 등을 살펴봤다. 먼저 한자사전에서는 나그네 ‘여 혹은 려(旅)’와 갈 ‘행(行)’으로 이루어졌다. ‘나그네처럼 돌아다닌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영어사전에서는 여행으로 번역되는 ‘travel’ 은 ‘어떤 곳으로 가는 것 특히, 먼 곳으로 가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무위키(www.namu.wiki)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데, 여행을 ‘일이나 유람, 휴식 등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타 국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로 규정한다. 이와 같이 여행의 개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거주하는 일상생활권의 거주지를 떠나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의 경험이 공통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어떤 이의 주장처럼 ‘여행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레 타 지역이나 타 국가를 방문하면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해외여행일 경우에는 더욱 낯선 환경과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네 여행은 어떠한가? 정말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이루어지는가? 익숙한 것을 넘어서 집보다 편안함, 쾌적함을 추구하지 않는가? 해외여행 시 숙박시설에서는 호텔을 선호하고 음식도 한국음식만 고집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편으로는 잘 짜여진 패키지 여행에 의해 결재만하고 교통, 숙박, 음식, 관광지 방문 등 모든 일정이 여행사의 가이드에 의해 이끌려가는 형태의 여행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와 같이 코로나 시국에서는 해외여행 시 어쩔 수 없이 개별자유여행(FIT; Free Independent Travel)은 거의 불가능하고 단체 패키지여행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차후 코로나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가능한 정상적인 상황이 된다면 어떤 여행을 추구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20대 청년층에서는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행해야 할지 여행의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편안한 여행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별히 청년층은 익숙하지 않은 여행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불편한 여행을 해야 한다. 이런 불편한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즐기는 여행이다. 관광분야 석학인 플락(Plog)이란 학자가 관광자 행동 분석에서 여행자를 분류한 엘로센트릭(allocentric)형 여행을 추구하면 어떨까? 엘로센트릭(allocentric)형 여행은 평소 자신감이 넘치고 성취 지향적 성향을 보이는 모험형(venturers) 여행자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이런 모험형 여행자는 항상 새로운 장소를 선호하며 새로운 모험과 경험을 추구한다. 엘로센트릭(allocentric)형 여행은 도시보다는 오지를 선호하고 탐험 위주의 여행을 즐기며 현지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즐기는 도전적인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도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여행은 100% 손해를 보는 적자 소비행태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청년들이 행해야할 여행은 창조적 소비이어야 한다. 여행과정에서 가급적 많은 자연과 사람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그런 여행과정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값진 여행이 있을까? 혹시 우리 젊은 청년층이 추구하는 여행이 호텔 속에 갇혀서 짜여진 일정에 의해 인공적 도시환경만을 섭렵하고 한국인들 혹은 전문 서비스종사원들과 제한된 소통만을 한다면 청년층이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익숙함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여행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여행은 교류하는 과정이다. 자연과의 교류, 사람과의 교류, 그리고 문화와의 교류 등 나 자신과 다른 형태의 환경과의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여행은 창조적 소비로서 청년층 여행자에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여행은 좌충우돌하면서 스스로 배워나가며 추억을 쌓아야하고 그 추억이 밑거름이 되어 어떤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보통 20대에 경험하는 유럽 배낭여행을 느즈막이 40대에 경험하였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 배낭여행에 있어서 필수 코스인 유럽은 교통, 숙박, 음식 등 모든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추어진 곳이기에 40대가 아니라 50대, 60대 그 이상이라도 유럽 배낭여행은 결코 힘겨운 여행길은 아니다. 20대 청년층은 유럽 배낭여행보다는 아프리카 배낭여행이 어떨까? 여행은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혈기왕성한 20대는 깨우침을 위해 험난하기도 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형태의 모험형 여행을 추구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40~50대 이상은 좀 더 편안한 여행형태로서 대부분의 일정을 여행사 등에 의존하는 의존형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정근 교수 (협성대학교 경영대학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E-mail : tourzeegi@omail.uhs.ac.kr / tourzeegi@hanmail.net
<이력>
∙(現) 협성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대학원 관광학과 졸업 (관광학 박사, Ph.D.)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뉴질랜드), Post-doctoral Fellow
∙Florida State University (미국), Research Associate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관광분야 부연구위원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 연구교수
∙한국관광학회 관광자원개발분과 기획부위원장
<논문>
∙문화지능(CQ)과 관광행태에 근거한 해외여행자 유형 연구: Q방법론적 접근을 중심으로, (2021, 관광레저연구)
∙Stakeholder perceptions in the government policies on the alternative accommodation industry(2018, Journal of Policy Research in Tourism, Leisure and Events) 外 국내외 논문 3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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