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고깃집에 가면 자욱한 연기와 특유의 고기 굽는 냄새가 매장을 가득 채운다. 옷과 머리에 배는 고기 냄새는 잘 빠지지도 않는다. 행여 고기가 타기라도 할까 일행 중 한 명은 수고를 감수하면서 굽기를 담당해야 한다. 테이블 중앙으로 길게 내려온 후드는 맞은편 상대와의 대화를 방해하는가 하면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고기를 먹으면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기란 쉽지 않다. 빨리 먹고 자리를 옮겨야 할 것만 같은 대다수의 고깃집 풍경을 상상하며 화덕꽃돼지를 찾는다면 홀에 들어서자마자 그 상상은 여지없이 깨진다.
테이블 간격 최대한 띄워 편안함 추구…별도의 커피방도 마련
화덕꽃돼지 매장 안에 들어서면 마치 고급 패밀리레스토랑을 온 듯 세련된 인테리어가 시선을 붙든다. 화덕피자집에나 있을 법한 예쁜 화덕이 먼저 눈에 띄는데 주문한 고기가 화덕에서 구워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볼거리다.
대다수의 고깃집이 공간 활용을 위해 입구까지 빈틈없이 테이블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테이블 간격이 넓어 독립적인 분위기로 식사를 할 수 있다. “테이블 간격이 좁은 식당은 불편해서 다신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테이블이 많으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으니 당장 수익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널찍하고 편안한 곳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인호(57세) 대표의 말이다.
상가 한 층을 다 사용할 만큼 넓은 공간에 테이블 수는 모두 28개뿐.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은 100여 명이 전부다. 테이블 수를 줄인 대신 매장 입구 한 편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커피방’이라 이름 붙였다. 식사 후 일부러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별도의 공간에서 1,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메리카노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레스토랑 연상케 하는 세련된 실내, 모임 공간에 제격
품질 좋은 암퇘지, 직접 담근 김치…믿을 수 있는 식재료
화덕 초벌구이로 기름은 빼고 육즙은 살리고
육즙이 살아있는 최상급 암퇘지 고기, 정직한 식재료가 맛의 비법
인테리어가 아무리 고급스러워도 식당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음식의 맛이다. 이인호 대표는 본인이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브랜드의 암퇘지 고기만을 사용한다. 이 대표는 “30년 간 식당을 운영해 본 결과 도축과 가공 과정이 가장 우수한 브랜드라는 생각에 가격은 다른 브랜드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감수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있는 질 좋은 고기가 화덕꽃돼지의 첫 번째 강점인 셈이다. 매장 주방 위에 붙어 있는 ‘돼지고기에 감동 받은 적 있나요?’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하나의 강점은 믿을 수 있는 식재료다. 그 중 이 대표가 으뜸으로 꼽는 것은 소금이다. 소금은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는 필수 조미료이기 때문에 특히 좋은 걸 써야 한다는 생각에 전라남도 신안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직접 구입해 사용한다. 고춧가루는 국산 고추를 구입해 방앗간에서 그때그때 갈아서 사용하고, 참기름도 다른 것을 섞지 않은 순도 100%의 참기름을 사용한다. 김치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는 그는 “김치를 사서 쓰는 식당들이 많은데 그건 이해를 못하겠어요. 저는 집에서 먹는 것과 손님상에 올리는 김치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담가서 사용합니다.”라고 말한다.
장아찌, 무생채 등의 밑반찬도 전부 매장에서 만든다. 다른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케일장아찌를 올리고, 멸치젓갈을 불판 위에 올려 끓이면서 고기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하여 차별화를 꾀했다. 원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는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주방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픈형으로 만든 것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병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말한다. 중국산 재료를 국산으로 속이거나 먹을 것을 비위생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도되면서 조미료를 가지고 다닌 적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먹을 것에 대해서만큼은 몹시 민감하고 누구보다 깐깐한 그의 성향을 알고 나면 돼지고기를 비롯하여 김치, 쌈장, 젓갈, 밑반찬 하나하나가 왜 입에 착착 감기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연기·냄새 없어 가족 모임, 직장 회식 장소에 제격
고기를 주문하면 화덕에서 1차로 초벌구이를 마친 두툼한 고기가 나온다. 그것을 손님 테이블에서 2차로 마저 굽는다. 이렇게 구워진 고기는 육즙은 살아 있고 기름기는 빠져나간 상태가 되어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테이블마다 전기로스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고깃집에서 으레 발생하는 연기나 냄새가 이곳에서는 나지 않는다. 연기가 나지 않아 후드 자체가 필요 없으니 후드가 시야를 가릴 일도 없다. 불판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어 편안하게 식사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고기가 타지 않도록 적당히 구워진 고기를 별도로 올려둘 수 있는 작은 철판을 제공하는 배려도 돋보인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음식에 사용되는 정직한 식재료를 감안하면 가격이 비쌀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가격대는 일반 고깃집과 대동소이하다. 오겹살, 목살은 200g, 갈매기살, 항정살은 180g을 기준으로 정하여 가격을 전부 13,000원으로 통일했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모둠한근은 600g을 기준으로 39,000원이다. 고기와 곁들여 먹기에 좋은 열무김치, 잔치국수는 3,0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점심 메뉴인 돼지불고기백반과 김치찌개백반은 7,000원에 제공한다.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친구들과의 소소한 모임, 가족 단위의 품격 있는 외식 장소로 제격이다.
[인터뷰] 이인호 화덕꽃돼지 대표 일문일답
“내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듭니다”
-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소신이 특별한 것 같다
어머님이 소금도 10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만 사용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해 조예가 깊은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먹는 것을 좋아해 식도락을 즐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먹을거리가 불안해지고 나서는 주위 사람들이 나와 식사하는 것을 불편해할 정도로 까다로운 미식가가 됐다. 식당에 가면 주인에게 화가 날 때가 많다. 자기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음식을 가지고 재료를 속이거나 안 좋은 것을 넣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이 많고, 외식을 하더라도 주인을 믿을 수 있는 곳만 간다. 내가 식재료에 엄격하다 보니 나를 믿고 식당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 불판 위에 멸치젓갈을 올려주는 것이 신선하다
멸치젓갈이 나오는 고깃집이 더러 있다. 그동안 다양한 먹을거리를 경험해 봤는데 고기를 쌈장이나 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맛있지만 멸치젓갈에 찍어 먹는 것도 일품이어서 상에 올리게 됐다. 멸치는 강경에서 구입해 만든다. 멸치젓갈을 불판 위에 올리고 고기를 구우면서 같이 끓이면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는 효과도 있다. 꼭 고기와 함께 맛보시길 권한다.
- 고기 굽는 방식을 화덕과 전기로스터로 택한 계기가 있다면
대부분의 고깃집은 연기와 가스에 노출되어 있다. 고기 구울 때의 연기가 건강에 매우 안 좋다. 직원들은 종일 건강을 해치며 일해야 하는데 그렇게 일을 시킬 순 없어서 화덕에서 초벌구이한 후에 전기로스터에서 2차로 굽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내가 가스 냄새에 좀 예민한 편이라 다른 고깃집에 가면 머리가 아픈데 우리 식당에서는 편하게 상주할 수 있다. 직원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손님들은 고기를 쾌적한 환경에서 드실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 끝으로 화덕꽃돼지를 직접 소개한다면
화덕꽃돼지는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 놓고 드실 수 있는 곳이다. 항상 내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 점심 땐 주부들이 담소를 나누고, 저녁엔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고, 주말엔 가족 모임 장소로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위치-수원시 영통구 중부대로 412(원천동), 아우디자동차 전시장 2층
*이용 시간-11:30~22: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공휴일, 주말 제외)
*예약 문의-031-215-4567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