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 인터뷰] 김수현 조사연구팀장 “문화유산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자산” 수원시화성사업소 문화유산복원과 김수현 조사연구팀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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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11일 수원시 화성사업소에서 김수현 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수원화성신문 |
수원시 학예연구사, 수원의 어제와 오늘을 잇다
수원화성 복원·정리의궤 복제·국가유산 야행 이끈 문화유산 전문가
고증·복원·교육 아우르는 조사연구팀... 문화유산 행정의 중심에 서다
시민 참여에서 K-콘텐츠까지... 문화유산 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유산은 단순히 오래된 유물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즐기고 공감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유산이 됩니다.”
5월 11일 수원시 화성사업소에서 만난 김수현 조사연구팀장(51세)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지방학예연구사로 활동 중인 그는 역사 속 기록을 오늘의 공간으로 되살리고, 시민의 삶 속으로 문화유산을 끌어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와 미술사, 문화유산 답사를 좋아했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학문의 길로 이어졌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김 팀장은 한때 대학 강단에도 섰지만, 책 속 역사에 머무르기보다 직접 유물과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준 계기는 대학 시절 떠난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영국의 한 미술관에서 유치원생들이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작품 설명을 듣는 모습을 본 김 팀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국내 박물관은 엄숙하고 조용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며 배울 수 있는 박물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새로운 자극과 전문성을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불교문화를 전공하며 자료 수집과 연구를 이어갔다.
◇박물관 개관부터 행정까지... 수원시 역사·문화를 일구는 학예연구사들
김수현 팀장은 2008년 3월 수원박물관 개관 준비 인력으로 수원시 문화관광과에 입사했다. 같은 해 10월 수원박물관 개관과 함께 정식 발령을 받았고, 이어 수원화성박물관 개관 준비를 위해 화성사업소로 파견됐다. 그는 어린이체험실 조성과 상설도록 제작 등을 맡으며, 2009년 4월 27일 수원화성박물관 개관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다. 김 팀장은 박물관 개관 준비 경험은 학예연구사로서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후 2009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수원박물관에서 교육프로그램과 성인·어린이 대상 문화교육, 어린이날 행사 등을 기획·운영했다. 특히 박물관을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왔다. 특히 2009년 체결된 수원시교육지원청과의 업무협약(MOU)을 토대로, 관내 초등학교 연계 교육의 내실을 기해 박물관 현장 중심의 어린이 역사 수업을 활성화시켰다.
학예연구사는 단순히 유물을 관리하는 직업이 아니라 전시와 교육을 비롯한 박물관 전반의 실무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현장 실무 총괄자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방학예연구사는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행정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만큼 역할의 폭이 넓다. 김 팀장은 유물의 가치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문화유산의 문턱을 낮추고 다채로운 활용프로그램을 개발해야 K-콘텐츠도 꽃 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원시에는 총 13명의 지방학예연구사가 근무하고 있다. 지방학예연구사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연구직 공무원으로, 해당 지역의 공립박물관에서 근무하거나 지자체 근무 시 국가유산과 문화예술 행정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학예 업무 외에도 지자체의 특성에 따른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시 학예연구사는 수원박물관(3명)과 수원광교박물관(3명), 수원화성박물관(3명), 시청 문화예술과(2명), 화성사업소(2명) 등에서 순환 근무하며 수원의 역사 문화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더불어 각 분야의 임기제, 공무직 전문 인력들도 원팀(One-Team)을 이루어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수원시 문화예술 행정의 내실을 함께 다지고 있다.
◇조사연구팀... 단순 복원 넘어 고증과 기록 중심의 문화유산 관리
김 팀장이 현재 맡고 있는 조사연구팀은 지난해 신설된 조직이다. 수원화성의 고증과 연구, 복원, 활용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과거에는 단순 복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철저한 고증과 계획, 기록 시스템을 바탕으로 문화유산을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조사연구팀은 팔달문 단절 구간 성곽 복원사업, 하남지 복원사업, 화성행궁 활용계획 수립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수원화성은 단순한 옛 성곽이 아니라 『화성성역의궤』라는 상세한 기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복원과 정비가 이뤄지는 ‘살아있는 세계유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팀장은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인 ‘수원화성 태평성대’, 무장애 관광 프로그램 ‘수원화성 여민동락’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위원회 홍보부스 및 투어프로그램 운영과 문화유산 주민 연계 축제, 학술대회 개최, 수원화성 수리백서 발간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는 결국 세계유산을 지키는 힘은 주민들에게서 나온다며 문화유산이 시민 삶에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줄 때 자연스럽게 보존 의식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전통 한식 미장 기술 등을 배우고 간단한 보수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원화성 마을장인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 2018년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 제작을 위해 프랑스 국립 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에서 유물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수현 팀장 © 수원화성신문 |
◇근대문화유산 복원부터 ‘정리의궤’ 복제까지... 노력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
김수현 팀장의 대표 성과 중 하나는 2015년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 ‘정조, 8일간의 수원행차’다. 당시 일본 교토대학종합박물관과 도쿄예술대학교 소장 ‘화성원행도’ 6점을 국내 최초로 대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수십 통의 일본어 이메일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내 최초 대여에 성공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4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고, 수원화성 관련 국제 연구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김 팀장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축만제를, 2017년엔 만석거를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정조 시대 수리시설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그는 정조는 수원화성을 단순한 성곽이 아닌 도시로 바라봤다며 도시 운영과 농업을 위해 관개시설이 필수였고, 만석거와 축만제는 그 철학이 담긴 중요한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수현 팀장은 근대문화유산인 ‘수원 구 부국원’ 복원과 전시관 개관, 프랑스 소장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 제작, 수원향교 대성전 보물 지정 등 다양한 문화유산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한글본 ‘정리의궤’는 국내에 없는 판본으로 국내 최초로 복제본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팀장의 성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운영한 ‘수원 국가유산 야행’은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9년 연속 선정되며 야간 문화관광 활성화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수원 국가유산 야행’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대에서 열리는 수원의 대표적인 야간 축제로, 2018년과 2020년, 2022년 국가유산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의 큐레이터에서 장관 표창까지... 수원의 문화 자산을 세계로 넓히다
2025년에는 ‘수원화성 태평성대’ 프로그램이 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며 약 8천700만 원의 외부 지원금을 확보했다. 또한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활용사업 전국 38건 중 우수사례(2건)로 선정되었으며, 2026년에는 성과시상금 시정발전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김 팀장은 2015년 (사)경기도박물관협회 ‘올해의 큐레이터상’을 비롯해 문화재청장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의 큐레이터상’은 116개 경기도 소재 박물관과 미술관에 근무하는 박물관 인력 중 단 2명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2015년 4만 명 이상 다녀간 ‘정조, 8일간의 수원행차’ 전시 기획, 그동안 전시·교육 부분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오랜 공직 생활 동안 다양한 성과를 쌓아온 김수현 팀장은 학예연구사로서 직업에 대한 깊은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역사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국가유산의 보존·관리·활용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물관에서의 전시·연구 성과도 개인 연구 발전에 큰 의미가 있었지만, 문화예술과 근무 시절의 경험 또한 값진 자산이 되었다. 국가유산 행정력이 필요한 곳에서 다양한 직렬의 선후배, 동료들과 소통하며 이뤄낸 성과들은 그에게 또 다른 큰 보람이었다. 김 팀장의 발자취는 수원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데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호와 일왕저수지의 원래 이름을 찾아주었고,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를 통해 만석거와 축만제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 또한 프랑스 정리의궤 복제를 주도하여 수원화성 연구와 복원에 크게 기여했으며, 수원향교, 지지대비 등 정조시대의 다양한 유산 가치를 증진하고 홍보하는 데 앞장서 왔다.
아울러 국가유산 야행 행사에서 문화유산을 마음껏 즐기는 시민들의 밝은 미소를 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김수현 팀장.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이 일치하는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 ▲ 2017년 10월 만석거의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를 위해 멕시코에서 열린 ICID(국제관개배수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수현 팀장 © 수원화성신문 |
◇문화유산은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 모두가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화려한 성과와 보람 뒤에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학예인력은 500~6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소수 직렬인 만큼 업무 부담도 크다. 김 팀장은 문화유산은 학예사 혼자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행정, 건축, 토목 등 여러 분야가 함께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화유산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다음 세대가 더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자료를 남기고 기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7년 수원화성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앞두고 김 팀장은 새로운 준비도 진행 중이다. 화성행궁 복원이 완료된 만큼 앞으로는 내부 콘텐츠를 재편하고 생활사 고증을 통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수원만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K-콘텐츠를 활성화해서 문화유산을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수현 팀장은 후배 학예연구사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소수직렬이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다는 사명감, 그것이 학예연구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다음 칭찬 릴레이 인터뷰는 수원시화성사업소 문화유산복원과 김수현 조사연구팀장의 추천을 받아 일월도서관 황미숙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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