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하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아주대 심리상담 센터장 ©수원화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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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일명 ‘자해 놀이’ 현상이 일어나는 등 청소년 자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자해의 급증은 처음 자해를 한 청소년의 60%가 다시 자해를 한다는 점 그리고 심각한 정신병리가 없는 ‘일반’ 청소년들도 자해를 많이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학계에서는 청소년 자해와 자살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크게 자해를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보는 입장과 자해를 하나의 독자적인 임상적 증후군으로 보고 자해와 자살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최근에는 후자, 즉, 자해행동은 자살의도의 동반유무에 따라 자살적 자해와 비(非)자살적 자해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청소년 바(非)자살적 자해의 가장 일반적인 동기는 부정적 감정 완화이다. 달리 말하면, 자해를 통해 불안, 외로움, 우울, 죄책감, 자기혐오, 실패감, 좌절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한시적으로 감소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거나 내성적인 청소년 중 자신의 부정적 감정과 심리적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표현할 곳이 없어 자해를 정서조절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통제감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등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관련하여, 작년에 필자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상담연구부와 자해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해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이 청소년들은 학교생활부적응, 친구와의 갈등, 부모와의 갈등, 성적에 대한 압박 등으로, 우울, 불안, 외로움, 무력감 등을 많이 느꼈고 ‘나를 처벌하려고’, ‘나에게 화가 나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나의 힘듦을 보이기 위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공감을 받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앙갚음하려고’ 자해를 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부모의 무관심과 방관적인 태도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였는데, 특히 자신의 관심 혹은 도움 받고 싶은 마음을 무시하는 부모가 원망스러웠다고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자해를 예방하거나 이미 자해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대처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관련하여 자해행동을 중단하는데 성공한 청소년들은 정서적 지지를 강조한다. 즉,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누군가와의 대화가 자해행동을 그만두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부모가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전문 상담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해를 하는 청소년 중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말하고 싶어 하며 누군가로부터 조언이나 위로가 아닌 공감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주위에 자해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잔소리나 조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줘라. 또한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데, 대표적인 예로는 운동을 포함한 취미생활, 영화나 공연 보기, 놀이공원 가기 등이 있다. 무조건 청소년의 자해를 자살시도로 오해해선 안 된다. ‘과도’하게 걱정 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것도 금물이다. 이러한 어른의 반응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오히려 자신의 자해행동을 감추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아직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왜 자신이 자해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왜? 도대체 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니?”와 같은 질문보다는 이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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